형초세시기 2

(얼레빗 제5041호) 오늘 ‘동지’, 평화의 팥죽을 쑬까?

오늘은 24절기의 스물둘째 절기 ‘동지(冬至)’로 명절로 지내기도 했던 날입니다. 민간에서는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곧 ‘작은설’이라 하였는데 하지로부터 차츰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여 동짓날에 이른 다음 차츰 낮이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이날을 해가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잔치를 벌여 태양신에게 제사를 올렸습니다. 그래서 동지를 설 다음가는 작은설로 대접했지요.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데 원래 팥죽은 붉은색으로 귀신을 쫓는다는 뜻이 들어있습니다. 동짓날 팥죽을 쑨 유래는 중국 형초(荊楚, 지금의 후베이ㆍ후난 지방)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나옵니다. ‘공공씨’의 망나니 아들이 동짓날 죽어서 돌림병 귀신이 되었는데 그 아들이 평상시에 ..

찌르지 말아요, 짓이기지 말아요 - 한강, <조용한 날들 2>

조용한 날들 2                                                           - 한강      비가 들이치기 전에     베란다 창을 닫으러 갔다      (건드리지 말아요)      움직이려고 몸을 껍데기에서 꺼내며 달팽이가 말했다      반투명하고 끈끈한     얼룩을 남기며 조금 나아갔다      조금 나아가려고 물컹한 몸을 껍데기에서     조금 나아가려고 꺼내 예리한     알루미늄 세시 사이를      찌르지 말아요      짓이기지 말아요      1초 안에     으스러뜨리지 말아요      (하지만 상관없어, 내가 찌르든 부숴뜨리든)      그렇게 조금 더     나아갔다  ▲ 달팽이, "찌르지 말아요 짓이기지 말아요"라고 한다.(출처 크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