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의 말글살이에 대한 저자의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 저자는 우리가 쓰는 말 중에 한자말, 일본말, 미국말이 상당히 많이 섞여 있다고 얘기하며, 이는 우리말을 업신여기며 살아온 세월에서부터 비롯된다고 이야기한다. 말이라는 것은 그 말을 쓰는 민족의 인생과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그릇과도 같은데, 다른 나라의 말을 함부로 섞어 쓰면 그 겨레의 본질과 혼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쓰는 말을 잘 살펴보면 오히려 영어와 한자가 우리말보다 더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순수 한글 토박이말은 낮고 하찮은 말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우리 한글은 현재 아주 처량한 신세에 놓여 있다. 저자는 이러한 실태를 매우 안타깝게 여기며 이 책을 집필하였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처럼 심각한 문제를 인식하게 하고, 우리 토박이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 책소개에서 -
저자는 우리말이 푸대접 받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면서, 깊고 그윽한 낱말의 속뜻을 제대로 가려 쓸 수 있어야 삶을 깊고 그윽하게 누리는 것일 뿐 아니라 우리말을 참으로 사랑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우리가 낱말의 속뜻을 제대로 가려 쓰지 못하는 이유로 국어사전(우리말큰사전, 표준국어대사전, 조선말대사전)이 뜻가림을 올바로 해놓지 않아서 본래의 뜻을 제대로 가려서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한자말에 밀려 사라져 가는 우리말을 찾아서 쓰면 우리의 말글살이도 한층 더 윤택해질거라 생각한다. '누다'와 '싸다', '뛰다'와 '달리다', '돕다'와 '거들다'를 비롯해 지금은 구분 없이 사용하는 낱말들을 상황에 맞게 자주 사용하다 보면 우리말이 더욱 풍요로워 질거라 기대해본다.
더욱 뼈아픈 것은 지배층이 뒤섞어 쓰는 중국말은 높고 값진 말이고, 백성들이 아끼며 쓰는 토박이말은 낮고 하찮은 말이라는 생각이 갈수록 굳어진 사실이다. 그래서 시나브로 토박이말은 내버려야 할 쓰레기가 되어 쫓겨나고, 중국말은 아끼고 가꾸어야 할 보물이 되어 안방으로 밀고 들어왔다. 백성의 삶이 서러웠던 것처럼 토박이말의 신세 또한 서러움에 젖어 눈물겹게 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이런 우리 토박이말의 서러움에 뒤늦게 눈을 떠서 이처럼 부끄러운 글들을 써 보기로 했으나 이제는 너무 때늦었다는 안타까움에 가슴을 자못 에는 듯하다. - 7쪽 -
이런 세월의 흐름에서 우리말의 신세는 불쌍한 백성과 함께 서러움과 업신여김에 시달리며 짓밟히며 죽어 나갔다. 헤아릴 수 없이 죽어 나간 우리말을 어찌 여기서 모두 헤아릴 것인가! 셈말만을 보기로 들어 보면, '온'은 '백(百)'에게, '즈믄'은 '천(千)'에게, '골'은 '만(萬)'에게, '잘'은 '억(億)'에게 짓밟혀 죽어 나갔다. '온'에 미치지 못하는 '아흔아홉'까지는 아직 살아서 숨이 붙어 있다지만,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 일흔, 여든, 아흔'으로 올라갈수록 한자말인 '이, 삼, 사, 오, 육, 칠, 팔, 구'에 짓밟혀 목숨이 간당간당하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우리말을 짓밟아 죽이고 그 자리를 빼앗아 차지한 한자말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고, 국어사전에 실린 낱말의 열에 일곱이 한자말이라는 소리까지 나올 지경이다. 세종 임금이 '한글'을 만들어 우리말을 붙들지 않고 줄곧 한문으로 글말살이를 했다면, 우리도 만주 벌판에 사는 사람들처럼 중국으로 싸잡혀 들어가고 말았을 것이다. - 16~17쪽 -
'똥오줌을 눈다'와 '똥오줌을 싼다'를 가려 쓰지 않고 그냥 '싼다'로 써 버립니다. '똥오줌을 눈다'는 말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변기에 눈 건지 바지에 싼 건지를 가려 쓰지 않으니 가려듣지 못합니다. 이러니 생활이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닙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분명히 '똥을 눈다, 똥을 싼다'는 말을 가려 써 왔습니다. 박문희, 《우리말 우리얼》 46호, - 64쪽 -
'무섭다'는 느낌을 일으키는 힘의 말미가 무엇이며 어떠한지를 알고 있을 적에 빚어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두렵다'는 느낌을 일으키는 힘의 말미가 무엇이며 어떠한지를 모르고 있을 적에 빚어지는 느낌이다. - 95쪽 -
제대로 가려 쓰자고 국어사전을 뒤져 보아도 뜻가림을 올바로 해 놓은 사전이 없다. 우리말을 이처럼 돌보지도 가꾸지도 않은 채로 뒤죽박죽 쓰면서 살아가니까 세 끼 밥을 배불리 먹어도 세상은 갈수록 어수선하기만 한 것이 아닐까? - 139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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