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123(성제훈)

우리말) 멀찌가니/멀찌거니

튼씩이 2017. 5. 31. 18:43

아름다운 우리말

2017. 5. 31.(수)

.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제보다 좀 덜 덥네요.

요즘 셋째와 자전거 타고 일터에 나오는 재미가 쏠솔합니다. ^^*
오늘 아침에 애와 같이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지나는데, '풀뽑기 및 예초 작업중입니다'는 펼침막이 있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른 문장으로 바꿔보려고요. ^^*)
사진을 찍고 보니 꼬맹이는 벌써 멀찌가니 가 있더군요.

'멀찌가니/멀찌거니'
"사이가 꽤 떨어지게"라는 뜻으로 쓸 때는 '멀찌거니'가 아니라 '멀찌가니'가 바릅니다. '멀찌감치'와 동의어 입니다.

비록 멀찌감치 앞서가는 딸따니를 따라잡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애와 자전거타고 일터에 나오는 일은 늘 즐겁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10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고랑과 두둑]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눈이 내리네요.

저는 요즘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회사일을 혼자 다 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이렇게 한다고 우리나라가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저는 왜 이렇게 만날 바쁜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설쇠러 올라오신 어머니의 첫 말씀이 "왜 이리 핼쑥해졌냐?"였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살다 보면
고랑도 이랑 될 날이 있겠죠?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는데, 제 삶에도 그런 날이 있겠죠? ^^*

곧 설입니다.
고향을 생각하면서 오랜만에 농사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농사를 지으려면 땅에 바로 씨를 뿌리는 게 아니라,
고랑과 이랑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그래야 물이 잘 빠지고, 식물 뿌리가 숨을 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땅을 파서 두둑하게 쌓는데,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좀 파인 곳이 있게 됩니다.
그런 일을 간다고 합니다. 논을 갈다, 밭을 갈다할 때의 갈다가 그 뜻입니다.

고랑은
두둑한 땅과 땅 사이에 길고 좁게 들어간 곳으로 이 고랑이 바뀌어 '골'이 되었습니다.
그 골이 산에 있으면 산골이 되는 것이죠. 산골짜기의 그 산골... ^^*

두둑은
논이나 밭을 갈아 골을 타서 두두룩하게 흙을 쌓아 만든 곳입니다.

그리고
이랑은
갈아 놓은 밭의 한 두둑과 한 고랑을 아울러 이르는 말입니다.

두렁은 좀 다릅니다.
고랑이나 두둑, 그리고 이랑은 논이나 밭 안에 있지만,
두렁은
논이나 밭의 가장자리로 작게 쌓은 둑이나 언덕을 가리킵니다.
논두렁, 밭두렁할 때 그 두렁인데, 이게 논이나 밭 안에 있으면 이상하겠죠? ^^*

그 두렁은 곡식을 심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조상님은 그 땅마저 아까워 그 두렁에도 콩이나 팥, 옥수수 따위를 심었습니다.
그게 바로  '두렁콩'입니다.

설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고향 생각나는 낱말 하나 더 소개해 드릴게요.
바로 '거웃'이라는 낱말입니다.
거웃은
한 방향으로 한 번, 죽 쟁기질하여 젖힌 흙 한 줄을 뜻합니다.
흔히,
양방향으로 한 번씩 쟁기질하여 두 번 모으거나
양방향으로 두 번씩 쟁기질하여 네 번 모아서 한 두둑을 짓죠.

아침부터 눈이 내리네요.
이러다 고향 가는길 힘들어지지 않나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