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10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눈이 내렸네요] 안녕하세요. 아침에 눈이 왔네요. 입춘으로 그냥 가기가 서운했나 봅니다. 1. '숫눈'이라는 멋진 말이 있습니다. '눈이 와서 쌓인 상태 그대로의 깨끗한 눈.'을 뜻합니다. 새벽에 나가보면 눈이 소복이 쌓여 있죠? 아무도 밟지 않은 바로 그런 눈을 '숫눈'이라고 합니다. 아시는 것처럼 '숫'은 '더럽혀지지 않아 깨끗한'이라는 뜻을 더하는 앞가지(접두사)입니다. 숫처녀, 숫총각...에 다 그런 뜻이 있습니다. 2. 제가 일터에 나올 때 아내가 애들 손잡고 차 있는 데까지 같이 나옵니다. 길을 걸으며 아내가 "뽀도독 뽀도독 소리가 나네!"라고 했더니, 옆에 있던 딸아이가 "엄다, 뽀도독이 아니라 뽀드득이잖아요!"라고 말합니다. 오늘 아침에... ^^* 보드득과 보도독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모두 단단하고 질기거나 반드러운 물건을 야무지게 문지르거나 비빌 때 나는 소리입니다. 이보다 센 느낌의 낱말이 뽀드득과 뽀도독입니다. 사전에 오른 두 낱말의 다른 점은 보도독과 뽀도독에는 쌓인 눈 따위를 약간 세게 밟을 때 야무지게 나는 소리라는 뜻이 없고, 보드득과 뽀드득에만 쌓인 눈 따위를 약간 세게 밟을 때 야무지게 나는 소리라는 뜻이 있습니다. 또, 뽀드득뽀드득, 뽀도독뽀도독처럼 한 낱말로 써도 되는데, 뽀드득뽀드득에는 눈을 밟았을 때 나는 소리라는 뜻이 없습니다. 말장난 같지만 사전에는 그렇습니다. 그리고 딸내미 말이 맞았습니다. ^^* 3. '빠대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 할 일 없이 이리저리 쏘다니다."라는 뜻으로, 일정한 직업 없이 허구한 날 빠대는 것도 못할 노릇이다처럼 씁니다. 내린 눈을 빠대고 다니면, 나중에 눈치우기 힘듭니다. 그냥 보기만 하자고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