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나온 시집 『작은 위로』는 제목 그대로 '작은 위로의 큰 기쁨'으로 판을 거듭하며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시집의 개정증보판을 원하는 출판사에 몇 편의 다른 시를 추가로 넘기려다 보니 수년간 쓴 새로운 시들을 거의 다 산문집 안에 포함시켜 별로 남은 것이 없었다. 시는 시대로 따로 모아두었다가 시집으로 묶을 걸 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부랴부랴 그 동안 덮어두었던 시 노트를 열어 요즘의 내 마음을 반영하는 시들을 열심히 썼다. 이번 시들은 대체로 짧고 단순하다. 평범하고 단조롭지만 더러 재미있는 시들도 있고 군데군데 즐거운 동심이 넘쳐나는 시들도 있다.
이번 시집은 『작은 위로』의 자매 시집으로 여기고 싶은 마음도 있어 제목을 '작은 기쁨'이라고 붙여보았다.
사랑의 먼 길을 가려면
작은 기쁨들과 친해야 하네
아침에 눈을 뜨면
작은 기쁨을 부르고
밤에 눈을 감으며
작은 기쁨을 부르고
자꾸만 부르다 보니
작은 기쁨들은
이제 큰 빛이 되어
나의 내면을 밝히고
커다란 강물이 되어
내 혼을 적시네
내 일생 동안
작은 기쁨이 지어준
비단 옷을 차려입고
어디든지 가고 싶어
누구라도 만나고 싶어
고맙다고 말하면서
즐겁다고 말하면서
자꾸만 웃어야지 - 「작은 기쁨」전문
이 시에서와 같이 내가 걷는 삶의 길에서 앞으로도 작은 기쁨들을 많이 만들며 살고 싶다.
올해는 내가 수도원에서 첫 서원을 한 지 꼭 사십 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 뜻깊은 해에 또 한 권의 작은 시집을 내게 되어 행복하다.
이 안에 담긴 소품들이 독자들의 마음에 작은 기쁨, 작은 위로로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수도공동체에 올해는 특별히 고마운 마음 가득하다.
게으른 내가 시심을 묵혀두지 않고 꺼내어 쓸 수 있도록 재촉해준 열림원 출판사, 멋진 발문을 써주신 강희근 시인, 감칠 맛 나는 표지글을 적어주신 송명희 시인, 한비야 님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2008년 이른 봄
부산 광안리에서 이해인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