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의 정치 무관심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평소 정치에 참여하는 비율은 물론이고, 가장 소극적인 정치참여인 투표에서도 20대의 무관심은 두드러졌다. 대통령 선거를 포함한 거의 모든 선거에서 20대의 투표율이 가장 낮았으니 말이다. 원래 선거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 줄 사람을 뽑는 일이기도 하니, 20대의 낮은 투표율은 그들의 삶을 어렵게 만든 한 요인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투표 불참을 이렇게 변명하곤 했다. “바빠서 못했다.” “그놈이 그놈이다.” “누굴 뽑아도 바뀌는 게 없다.” “청년 후보가 없고 다 나이든 후보뿐이다.” 그러다 보니 조성주 같은, 청년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이가 국회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물론 도덕성과 능력이 부족한 보수후보가 이 나라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이 현상이 극복된 것은 박근혜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전 대통령 덕분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보면서 젊은층은 잘못 선출된 권력이 얼마나 큰 비극을 낳을 수 있는지 몸소 체험했는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가 대통령 하야를 외치던 장면들은 그들에게 더없이 좋은 민주주의 교육이었다. 이제 20대는 누구보다도 정치에 관심이 많은 집단이 됐다. 젊은이들이 많이 가는 대형 커뮤니티의 최다 추천 글은 대부분 정치 관련 이슈로 채워진다.
아쉬운 점은 그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후보자의 됨됨이를 꼼꼼히 따져보고, 당선된 이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를 감시하는 게 제대로 된 관심이건만, 그들은 당파성에 빠져 편가르기에 매몰돼 버렸다. 자신들이 반대하는 진영의 의혹에 대해서는 정의를 부르짖으면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다. 이런 행태는 최근 화제가 됐던 손혜원 의원의 의혹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손 의원은 자신의 조카와 보좌관 등 지인들에게 목포의 건물을 사게 했다. 그 뒤 그는 문광위 위원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이용, 해당 지역이 문화재거리로 지정되게 한다. 물론 그는 순수한 문화재 사랑에서 비롯된 일이며, 투기가 전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의 선의를 십분 인정한다 해도, 그건 공직자로선 적절치 않은 행동이었다. 내가 국회의원이 된 뒤 내가 소속된 단국대에 자금을 몰아주고, ‘대학 살리기의 일환이었다’라고 발뺌한다면 누가 납득하겠는가? 손 의원의 부친이 독립유공자에 선정된 것도 석연치 않다. 손 의원은 부친 손용우씨를 독립유공자에 포함시켜 달라며 6차례나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현 정부 들어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손 의원이 피우진 보훈처장에게 만나자고 전화를 했고, 둘은 국회에 있는 손 의원의 방에서 보훈신청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그 뒤 보훈처는 심사기준을 변경해 손용우씨를 유공자로 만든다. 손 의원은 “어떤 특혜도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공직자로서 적절한 행동은 아니다.
이쯤 되면 “제가 공인으로서 사려 깊지 못했다”며 사과 정도는 하는 게 정상이지만, 손 의원은 단 한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같은 당 금태섭 의원도 손 의원의 행동이 ‘이해충돌의 전형적 사례’라고 지적했지만, 손 의원은 흔들림이 없다.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며 SBS와 금태섭 의원에게 사과하라고 한다. 자신이 뽑은 선수들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던 선동열 감독에게 “사과하든지 사퇴하든지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광경을 떠올리면, 손 의원이 갖고 있는 사과의 기준이 궁금해진다. 손 의원이 이렇게 버틸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젊은이들이 손 의원을 편들어 주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점령한 그들은 ‘건물 값이 안 올랐으니 투기가 아니다’ ‘SBS는 적폐언론이니 믿어선 안된다’며 여론몰이를 했고, 손 의원 공격에 동조하는 이들을 ‘알바’로 몰아붙였다. 심지어 ‘부자라 돈에 관심이 없다’는 손 의원에게 1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모아주기까지 했으니, 손 의원이 의기양양할 만도 하다. 손 의원을 지지하는 젊은이들은 정말 그가 아무 잘못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손 의원이 만일 자유한국당 소속이었다면 가루가 되도록 까였을 테니, 이야말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비단 손 의원뿐이 아니라,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예컨대 전 기재부 공무원 신재민의 폭로가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났다면, 지금처럼 그가 돈에 미친 사람으로 매도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게 진영싸움으로 귀결되는 게 해로운 이유는, 이런 상황에선 제대로 잘잘못을 가리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내 편의 비리는 무조건 옹호하고, 오히려 의혹을 제기한 언론을 욕하는 현실에서, 당사자의 잘못은 온데간데없어지니 말이다. 정치에 대한 이런 식의 관심은 오히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며, 나라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젊은층이 정치에 무관심했던 때가 더 나은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성보다 당파성에 매몰된 관심이라면, 없는 게 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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