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치’는 어떤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있거나 무엇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을 나타내는 뒷가지다. ‘-바치’가 붙은 말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이 갖바치다. 옥을 다루는 사람은 옥바치, 동산을 가꾸는 원예사는 동산바치라고 한다. 점바치는 점쟁이, 놀음바치는 놀음을 업으로 삼던 사람, 즉 옛날의 광대를 가리키던 말이다.
‘-바치’는 이렇게 어떤 기능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을 말할 때도 ‘-바치’를 붙일 때가 있다. 재간둥이와 같은 뜻인 재간바치, 귀염둥이와 같은 뜻인 귀염바치가 그런 본보기다. 주눅바치나 미움바치, 구석바치같이 좋지 않은 뜻을 나타낼 때도 바치가 쓰인다. 주눅바치는 주눅이 잘 드는 사람을 말하고, 미움바치는 미운 짓을 해서 미움을 사는 사람, 구석바치는 집에만 들어박혀 있는 사람을 말한다.
‘-아치’도 ‘-바치’와 비슷한 쓸모의 뒷가지다. 재간둥이, 재간바치와 같은 뜻인 재주아치에서처럼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을 뜻하기도 하고, 구실아치나 벼슬아치에서처럼 어떤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구실아치나 벼슬아치는 둘 다 요즘의 공무원(公務員)에 해당하는 말이지만, 구실아치보다 벼슬아치가 더 높은 자리라는 차이가 있다. 구실아치는 요즘으로 치면 하급 공무원, 벼슬아치는 고급 공무원이라고 할 수 있다. 구실은 원래 관가에서 맡아보는 직무를 뜻하는 말인데, “사내구실을 못 한다”는 말에서처럼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동냥아치는 동냥하러 다니는 사람이고, 동자아치는 밥 짓는 일을 하는 여자 하인을 가리킨다. 전에는 식모(食母)로 부르기도 했던 가정부(家政婦)에 해당하는 말이 동자아치다. 동자는 밥 짓는 일을 뜻하는 토박이말이다. 장사꾼과 같은 말인 장사치는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장사아치가 줄어서 된 말이다.
갖바치 (명) 예전에, 가죽신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하던 사람.
쓰임의 예 – 꼬막 딱지만 한 점방에서 남의 밑창이나 꿰매 주는 갖바치 신세 안 부럽구먼.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미움바치 – 미운 짓을 해서 미움을 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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