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053 – 좀팽이

튼씩이 2019. 5. 28. 08:28

<장다리와 꺼꾸리>였나 <꺼꾸리와 장다리>였나 순서는 헷갈리지만 어쨌든 이런 제목의 만화책이나 동화책이 있었고, 개그 프로그램의 코너 이름으로 쓰인 적도 있는 것 같다. 키 작은 꺼꾸리 역할은 ‘밥풀떼기’라는 별명의 김정식, 키 큰 장다리 역할은 최양락이 맡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꺼꾸리도 장다리도 정체가 불분명한 낱말들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꺼꾸리는 ‘거꾸로’나 ‘지렁이’를 가리키는 사투리라고 한다. 어느 쪽이든 키와는 상관이 없다. ‘태어날 때 거꾸로 발부터 나온 아기’를 꺼꾸리라고 한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운동기구를 파는 쇼핑몰에서는 꺼꾸리가 ‘거꾸로 매달린 자세로 운동할 수 있는 기구’를 뜻하는 보통명사로 쓰이고 있다. 장다리 역시 사전에는 무와 배추의 꽃줄기를 뜻하는 낱말 또는 ‘장딴지’의 방언으로 나온다. 두 가지 경우 모두 키와는 무관하다. 그런데도 ‘꺼꾸리와 장다리’라고 하면 사람들이 무슨 뜻인지 환히 꿰고 있으니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키다리와 반대로 키가 잘달막한 사람은 작다리라고 한다. 키가 몸피에 비해 꽤 작을 때 ‘작달막하다’고 하는데 ‘땅딸막하다’와 ‘똥짤막하다’도 비슷한 느낌의 말들이다. 키가 작고 옆으로 딱 바라진 사람을 가리키는 땅딸보는 ‘땅딸막하다’에서 나온 말이다. 옹망추니는 좀팽이처럼 작고 볼품없는 사람, 졸때기는 몸집이 보잘것없거나 지위가 변변치 않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군대에서 흔히 쓰는 말인 ‘쫄따구’는 ‘졸때기’의 변형인 듯하다. 키와 몸이 작아 풍채가 보잘것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따라지는 삼팔따라지에서 비롯된 말이다. 화투를 이용하는 노름판에서 세 끗과 여덟 끗을 잡으면 합해서 한 끗이 되는데, 끗수 가운데 가장 별 볼일없는 것이 한 끗이므로 삼팔따라지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삼팔선 이북에서 월남한 사람들 역시 고향을 떠나와 의지가지없는 신세가 비슷하다 하여 삼팔따라지로 불렸다.



좀팽이 (명) ① 몸피가 작고 좀스러운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② 자질구레하여 보잘것없는 물건.


쓰임의 예 – 공창(公娼)을 허락한 이 사회에서, 사창(私娼)을 묵허하듯이, 그런 좀팽이도 사회적으로 묵인해 두는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염상섭의 소설 <무화과>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졸때기 – 몸집이 보잘것없거나 지위가 변변치 않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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