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051 - 데림추

튼씩이 2019. 5. 25. 11:24

국어사전에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분대 정도를 이룬다면, 능력 없고 모자라는 사람을 뜻하는 말은 군단 규모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줏대가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들부터 훑어보자. 가르친사위는 독창성이 없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어림쟁이, 코푸렁이도 데림추와 마찬가지로 주견이 없이 남에게 딸려 다니는 어리석은 사람을 뜻하는 말들인데, 코푸렁이는 코를 풀어 놓은 것과 같다는 뜻을 담고 있다.


사물이나 동식물의 이름으로 모자라거사 어리석은 사람을 나타내는 경우도 많다. 씨가 덜 여문 호박을 뜻하는 굴퉁이는 겉은 그럴듯하나 속이 보잘것없는 사람, 겨우 날기 시작한 새 새끼를 뜻하는 열쭝이는 작고 겁 많은 사람을 가리킨다. 짐승의 맨 먼저 나온 새끼를 뜻하는 무녀리는 언행이 좀 모자라는 사람을 뜻하며, 전기 절연체로 쓰이는 사기로 만든 통이나 돼지감자를 뜻하는 뚱딴지는 우둔하고 무뚝뚝한 사람을 가리킨다. 못나서 아무데도 쓸모없는 사람은 똥주머니, 순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쑥, 아는 것이 없이 머리가 텅 빈 사람은 깡통이라고 한다.


식견이 좁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도 많다. 궁도련님은 호강스럽게 자라 세상일을 잘 모르는 사람, 책상물림이나 글뒤주는 글공부만 하여 세상에 대한 산지식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아는 것이 없고 똑똑하지 못한 사람은 바사기, 어리석고 고집 센 시골 사람은 시골고라리 또는 줄여서 고라리라고 한다.


이 밖에도 못나고 어리석고 모자라고 능력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은 맑은 가을날 밤하늘에 뜬 별처럼 쌔고쌨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별과 같이 소중한 존재들이다. 견우성이나 직녀성 같은 일등성이 더욱 빛나는 것은 이등성에서 육등성에 이르는 뭇별들의 존재가 뒤를 받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일등성이나 육등성이나 모두가 똑같은 별이라는 사실이다. 별이 빛난다.



데림추 (명) 줏대 없이 남에게 딸려 다니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쓰임의 예 – 술장수 여편네 데림추로 붙어 다닌 화류계 퇴물 팔매라는 외갓집 종이…. (이문구의 소설 <관촌수필(冠村隨筆)>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굴퉁이 - 겉은 그럴듯하나 속이 보잘것없는 사람. 또는 씨가 덜 여문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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