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白石)의 시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를 보면 집 안 구석구석을 지키고 있는 귀신들이 총출연하고 있다.
나는 뛰쳐나와 얼른 고방으로 숨어버리면 고방에는 또 시렁에 데석님
나는 이번에는 굴통 모퉁이로 달아가는데 굴통에는 굴대장군
얼혼이 나서 뒤울 안으로 가면 뒤울 안에는 곱새녕 아래 털능구신
나는 이제는 할 수 없이 대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대문간에는 근력 세인 수문장…
여기서 굴통은 굴뚝을 가리키는 북한말이고, 굴대장군은 굴때장군의 북한말이다. 백석 시인이 평안북도 정주 출신임을 감안하자. 경기 비나리에도 ‘아궁이는 금덕귀 굴뚝은 굴 때 장군 물두멍은 용녀부인…’ 하는 대목이 나온다. 굴때장군은 원래 굴뚝을 지키는 신(神)의 이름이지만, 지금은 키가 크고 몸이 굵으며 살갗이 검은 사람이나 옷이 시커멓게 된 사람을 놀리는 말로 쓰인다. 다른 것도 아닌 굴뚝을 지키다 보니 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시커메질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무덤을 지키는 신인 굴왕신(屈枉神)이 몸치레를 하지 않아 모습이 매우 남루하다 하여 찌들고 낡아서 더럽고 흉한 것을 ‘굴왕신같다’고 하는 이치와 같다. 굴때장군이 키 크고 몸피가 굵은 사람을 가리킨다면 거위영장은 키가 크고 여윈데다 목이 긴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왜골은 허우대가 크고 말과 행동이 얌전하지 못한 사람, 말승냥이는 키가 볼품없이 크고 성질이 사나운 사람을 뜻한다. 말승냥이는 늑대의 별명이기도 하다. 이 밖에 키가 큰 사람을 뜻하는 말로는 꺽다리, 키다리, 키꺽다리, 껑충이 같은 것들이 있다.
굴때장군 (명) ① 키가 크고 몸이 굵으며 살갗이 검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② 옷이 시커멓게 된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쓰임의 예 – 굴때장군 같은 장정들을 앞세운 땅 주인 앞에서 이장은 비로소 한숨을 토했다. (정정혁의 소설 <월남댁>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거위영장 – 키가 크고 여윈데다 목이 긴 사람을 가리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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