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057 – 뚜쟁이

튼씩이 2019. 6. 3. 08:18

옛날에는 노래나 춤, 악기 연주로 많은 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들, 즉 오늘날의 연예인(演藝人)들을 딴따라패라고 불렀다. 예인(藝人)들을 업신여기고 하대하던 못된 버릇이 나타나 있는 말이다. 노래 부르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 즉 가수(歌手)를 뜻하는 소리쟁이나 노래쟁이도 마찬가지다. ‘-쟁이’는 사람의 성질이나 습관, 행동이나 모습을 나타내는 말이나 어떤 직종을 가리키는 말에 붙어 그러한 사람을 낮게 이르는 뒷가지(접미사)다. 줄타기를 하는 줄쟁이, 화가(畵家)를 가리키는 그림쟁이도 다 그런 본보기인데, 그림쟁이보다 더 못한 것이 환쟁이라는 호칭이다. 아무렇게나 마구 그린 그림을 환이라고 하는데, 그림은 ‘그린다’고 하지만 환은 축에도 못 끼기 때문에 ‘친다’고 했던 것이다.


손금쟁이는 남의 손금을 보아주고 먹고사는 사람, 똥통쟁이는 똥통을 메고 다니며 똥을 치는 사람, 모쟁이는 모낼 때 모춤을 별러 돌리는 일꾼이었다. 모춤이란 모를 서너 움큼씩 되게 묶은 단을 말한다. 무슨 일을 하기에 좋은 날을 전문으로 택일(擇日)해 주는 사람은 날쟁이, 뚜쟁이 노릇을 하는 할머니는 노구쟁이로 불렀다. 여기서 뚜쟁이는 혼인을 중매하는 중매쟁이와는 다른 것으로, ‘청춘남녀의 아름다운 만남’을 내걸고 실제로는 매춘 알선을 일삼는 요즘의 일부 이벤트 회사들과 비슷한 노릇을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배꼽이 남달리 크고 불쑥 튀어나온 사람을 가리키는 배꼽쟁이나 오랫동안 기침병을 앓아 늘 콜록콜록 기침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콜록쟁이는 사람의 모습이나 습관을 나타내는 말에 ‘-쟁이’가 붙은 경우다. 양복쟁이, 상투쟁이, 갓쟁이도 그런 말들인데, 모자를 즐겨 쓰는 사람이나 배낭을 메고 다니는 사람을 모자쟁이나 배낭쟁이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 같다. 옴쟁이는 옴 오른 사람이고, 담쟁이는 덩굴이 아니라 창병(瘡病), 즉 매독(우리말로는 퉁이라고 한다)에 걸린 사람인데, 그중에서도 손써 볼 수 없는 불치의 매독에 걸린 사람은 찰담쟁이라고 했던 것이다.



뚜쟁이 (명) ① 부부가 아닌 남녀가 정를 통할 수 있도록 소개하는 사람.
                 ② ‘중매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


쓰임의 예 – 그는 달내 장터에서 술장사하는 신학성이 어미를 뚜쟁이로 매수했다. (이기영의 소설 <신개지>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모춤 – 모를 서너 움큼씩 되게 묶은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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