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058 – 병추기

튼씩이 2019. 6. 4. 08:21

고림보는 마음이 너그럽지 못하고 옹졸하며 하는 짓이 푼푼하지 못한 사람을 놀리는 말인데, 몸이 약해 늘 골골거리며 앓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푼푼하다’는 ‘모자람이 없이 넉넉하다’는 뜻이다. 고삭부리도 두 가지 뜻을 가진 낱말이다.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하는 사람도, 몸이 약해 늘 병치레를 하는 사람도 고삭부리라고 한다. 구들더께는 늙고 병들어서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사람을 놀리는 말이다. 더께는 몹시 찌든 물건에 앉은 거친 때를 뜻한다. 비슷한 말로는 걸쭉한 액체의 거죽에 엉겨 굳거나 말라서 생긴 꺼풀을 가리키는 더껑이가 있다. 예를 들어 ‘팥죽 더껑이’처럼 쓰인다. 더께와 더껑이는 어떻게 해서 생겨난 말인지 근본을 캐보자. 더께는 ‘덖+에’, 그러니까 ‘덖다’의 ‘덖’에 명사화 어미 ‘-에’가 붙어서 된 말이고, 더껑이는 ‘덖+엉이’로 분석된다. ‘엉이’는 ‘엉기다’에서 비롯된 말로 ‘엉긴 것’이라는 뜻으로 짐작된다. ‘덖다’는 ‘때가 올라 몹시 찌들거나 때가 덕지덕지 묻다’라는 뜻이다.


구들은 고래를 켜고 구들장을 덮어 흙을 발라서 방바닥을 만들고 불을 때어 난방을 하는 구조물이다. 설명이 길지만, 쉽게 말하자면 온돌(溫突)이다. 구들이 온돌이고 온돌이 구들인 것이다. 구들직장(直長)은 구들더께처럼 늘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을 놀리는 말이지만, 반드시 병 때문은 아니라는 뜻빛깔을 가지고 있다. 병추기와 비슷한 뜻의 말로는 몸이 허약한 사람을 가리키는 궐공, 힘이 없고 추레한 사람을 뜻하는 서리병아리 같은 것들이 있다. 서리병아리는 서리가 내릴 무렵인 이른 겨울에 깬 병아리의 상태가 바로 그렇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앤생이나 연생이는 잔약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고, 물컹이는 몸이 약하거나 의지가 굳지 못한 사람, 물퉁이나 물퉁배기는 살만 찌고 힘이 없는 사람을 놀리는 말이다. 겉으로는 튼튼하게 보이지만 속은 허약한 사람은 텡쇠라고 하고, 늘 골골거리며 약을 달고 사는 사람은 약두구리라고 한다. 약두구리는 탕약을 달이는 데 쓰는, 자루 달린 놋그릇의 이름이기도 한다.



병추기 (명) 병에 걸려서 늘 성하지 못하거나 걸핏하면 잘 앓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쓰임의 예 – 근자에 와서 병추기가 되었는지 걸핏하면 누워요. (송기숙의 소설 <암태도>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구들더께 – 늙고 병들어서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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