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056 – 꼭두쇠

튼씩이 2019. 6. 2. 09:13

조선 왕조 때의 노예 계급이라고 할 수 있는 천민(賤民)은 공천(公賤)과 사천(私賤)으로 나뉘는데, 공천은 관아에 소속된 사내종과 계집종, 사천은 사인(私人)이 부리거나 사고 팔던 종을 가리킨다. 사천은 다시 팔천(八賤)으로 나뉘는데, 승려 · 백정 · 무당 · 광대 · 상여꾼 · 기생 · 공장(工匠) · 사노비가 그것이다. 그 가운데 광대는 연극이나 줄타기, 판소리를 하던 사람이다.


걸립패나 굿중패, 사당패는 전국 각지를 떠돌아다니며 연희를 벌여 밥을 먹는 무리였다. 여러 사람이 패를 짜서 각처로 돌아다니며 풍악을 치고 재주를 부려 돈과 곡식을 얻는 일을 걸립이라고 했는데, 걸립을 하고 다니는 무리를 걸립패로 불렀다. 굿중패는 중들의 무리로 된 걸립패인데, 굿중은 집집마다 꽹과리를 치고 돌아다니며 시주를 청하던 중을 가리킨다. 원래 사당은 여러 곳을 다니며 노래와 춤과 몸을 파는 여자를 가리켰는데, 사당의 기둥서방 역할을 하는 것이 거사였고, 거사와 사당, 광대의 무리를 사당패나 남사당이라고 했던 것이다. 황석영의 소설 『장길산(張吉山)』에서 추쇄에 쫓기던 사노비가 낳은 장길산을 받아 거둔 장충의 패거리가 바로 사당패였다.


사당패의 우두머리는 꼭두쇠나 모가비, 재정이나 행정을 맡은 사람은 곰뱅이쇠라고 했고, 무리의 짐을 나귀로 실어 나르는 사람은 나귀쇠, 악사(樂士)는 잡이라고 불렀다. 사당패의 밥줄인 재주 종목에는 버나, 살판, 어름, 덧뵈기, 덜미 같은 것들이 있었다. 각 종목의 연희를 이끄는 우두머리는 뜬쇠라고 했는데, 버나쇠, 살판쇠 하는 식으로 종목의 이름 뒤에 쇠 자를 붙여 부르기도 했다. 뜬쇠 밑에는 가열과 삐리가 있었는데, 가열은 실제 재주의 기능을 가진 광대, 삐리는 아직 재주를 배우고 있는 초보 광대를 가리켰다. 은어로 ‘고삐리’, ‘학삐리’ 같은 말들이 있는데, 아마도 삐리가 말밑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늙어서 기능을 잃어버린 광대는 저승에 갈 날이 가깝다고 해서 저승패라고 불렀다.



꼭두쇠 (명) 남사당패의 우두머리.


쓰임의 예 – 남사당은 우두머리 꼭두쇠를 정점으로 4, 5명밖에 되지 않았으며 모두가 남자들이었다. (송기숙의 소설 <녹두장군>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삐리 – 사당패에서 아직 재주를 배우고 있는 초보 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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