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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민주항쟁일에 떠난 이희호 여사

튼씩이 2019. 6. 11. 09:06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대한민국 1세대 여성 정치인 이희호 여사(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가 10일 밤 별세했다. 향년 97세. 핀란드에서 해외순방중인 문재인 대통령도 별세 소식을 듣고 애도문을 발표하는 등 고인을 추모했다.

김대중평화센터는 이날 자정이 가까운 시각 "이희호 이사장님이 6월 10일 오후 11시37분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소천하셨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에 헌신했던 이 여사가 6·10 민주항쟁 기념일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또 김 전 대통령이 2000년 이뤘던 6·15 평양 남북정상회담일을 닷새 앞뒀다. 이 여사는 올해 봄부터 노환으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이 여사의 분향소는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에 마련되고 조문은 11일 오후 2시부터 가능하다. 14일 오전 6시 발인하고, 오전 7시 고인이 평소 다녔던 신촌 창천교회에서 장례예배가 열린다. 이어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안장되면서 영면에 든다.


장례는 사회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권노갑 민주평화당 상임고문과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이 장례위원장을 맡을 전망이다.


◇ DJ 영부인 넘어 정치적 동지, 고락 함께=1922년 태어난 이 여사는 대표적 여성운동가로 활동하다 1962년 김 전 대통령과 결혼했다. 단순한 배우자를 넘어 정치적 동지로서 격변의 현대사를 함께했다.


김 전 대통령이 투옥됐을 때 옥바라지를 했고 그의 구명운동에도 앞장섰다. 김 전 대통령 재임시 여성의 공직진출 확대, 여성계 인사들의 정계 진출 문호를 넓히는 등에도 힘썼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전 부인과 사이에 낳은 두 아들 김홍일·김홍업 전 의원을 헌신적으로 키웠다. 또 셋째인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을 낳았다. 고문 후유증으로 투병한 첫째 김홍일 전 의원은 지난 4월20일, 이 여사보다 먼저 타계(항년 71세)해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 별세 이후에도 재야와 동교동계의 정신적 지주로서 중심을 잡아왔다. 이 여사가 입원한 동안에도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한화갑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정치인들이 병문안을 했다. 위독하다는 소식에 문희상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이 병문안을 했다.


◇ 文 "위인을 보내드린다..빈자리 느껴"=문 대통령은 핀란드 헬싱키에서 애도글을 내고 "오늘 이희호 여사님께서 김대중 대통령님을 만나러 가셨다"고 안타까워했다. 문 대통령은 "여사님은 정치인 김대중 대통령의 배우자, 영부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1세대 여성운동가였다"며 "대한여자청년단, 여성문제연구원 등을 창설해 활동하셨고, YWCA 총무로 여성운동에 헌신하셨다"고 말했다.


또 "'남편이 대통령이 돼 독재를 하면 제가 앞장 서서 타도하겠다' 할 정도로 늘 시민 편이었다"며 "정치인 김대중을 '행동하는 양심'으로 만들고 지켜주신 우리시대의 대표적 신앙인, 민주주의자"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화운동에 함께 하셨을 뿐 아니라 김대중 정부의 여성부 설치에도 많은 역할을 하셨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오늘 여성을 위해 평생을 살아오신 한명의 위인을 보내드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벌써 여사님의 빈자리가 느껴진다"며 "순방을 마치고 바로 뵙겠다. 하늘나라에서 우리의 평화를 위해 두 분께서 늘 응원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9일 출국 직전에도 3남인 김홍걸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여사의 병세를 살폈다. 12일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당시 통화에서 "여사님께서 여러 번 고비를 넘기셨으니 이번에도 다시 회복되시지 않겠느냐"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제가 곧 순방을 나가야 하는데 나가있는 동안 큰 일이 생기면 거기서라도 조치는 취하겠지만 예를 다할 수 있겠느냐. 제 안타까운 마음을 잘 전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며칠 전 위중하시단 말씀 듣고 아내가 문병을 가려다 여사님께서 안정을 되찾고 다급한 순간은 넘겼다 하여 아내가 다녀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김정숙 여사가 앞서 4월25일 이 여사 문병을 다녀온 바 있다고 공개했다.


◇ 민주당 "진정한 퍼스트레이디"-평화당 "잊지 않을것"=DJ의 의지를 계승하는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은 이 여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뒤 각각 논평을 통해 그를 애도했다.


민주당은 홍익표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여성운동가이자, 사회운동가, 평화운동가였던 이희호 여사는 새 시대의 희망을 밝히는 거인이었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인권운동의 거목이었던 여성지도자 이 여사의 삶을 깊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추모한다"고 이 여사를 기렸다.


민주평화당은 "정치적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김 전 대통령의 삶에 이 여사님이 계셨던 것을 국민들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가족들의 찬송가를 따라 부르려고 입을 움직이시면서 편안하게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모님 편히 가십시요. 하늘나라에서 대통령님도, 큰아들 김홍일 의원도 만나셔서 많은 말씀을 나누세요"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11일 오전 노영민 비서실장 주재 내부회의를 갖고 조문 형식이나 절차 등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