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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봉 찬양한 박근혜 국정교과서, 한국당 뿌리도 빨갱이?

튼씩이 2019. 6. 12. 11:36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자유한국당의 색깔론이 부쩍 심각하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독립운동가 김원봉'에 대해 얘기해서다.

다음은 자유한국당과 일부 언론이 문제 삼은 문재인 대통령 발언이다. 

"임시정부는 1941년 광복군을 앞세워 일제와의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 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습니다. (중략)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 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반공' 박근혜 국정교과서, 김원봉 사진 동그라미 해가며 찬양

그런데 자유한국당의 '뿌리'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교과서와 국방부 자료가 김원봉을 '찬양'하고 있는 사실이 7일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박근혜 정부가 만든 고교 <한국사> 국정교과서(최종 결재본) 등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국정교과서는 박근혜 대통령 재임 때 만들어져 인쇄 직전까지 갔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폐지하기로 하면서 인쇄는 안 됐다.

먼저, '독재 찬양, 반공 제일' 지적을 받아온 국정교과서부터 살펴보자. 이 교과서는 이른바 '좌익' 역사학자들을 배제한 채, '우익' 성향의 인사들로 집필진을 짠 교과서다.
   
이 교과서는 김원봉을 12번 언급하고 있다. 김원봉을 동그라미로 강조한 사진 등을 모두 3장이나 실었다. 교과서에서는 드문 일이다. 김구, 신채호 선생에 버금가는 비중을 두고 김원봉을 다룬 것이다(김구 25번, 신채호 10번, 김규식 12번, 이승만 43번 언급).

내용은 어떨까? 김구가 이끈 한인 애국단보다 김원봉이 이끈 의열단을 앞세워 비중 있게 설명하고 있다. 다음은 그 내용이다. 

"의열 투쟁을 전개한 대표적인 단체로는 의열단과 한인 애국단이 있다. 의열단은 1919년 11월 중국 길림에서 김원봉 등의 주도로 결성되었다."(224쪽) 

이어 의열단의 활약상이 반 페이지가량 이어진 뒤 비로소 한인 애국단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김원봉을 강조해놓은 교과서 225쪽.
▲  김원봉을 강조해놓은 교과서 225쪽.

          

 
225쪽 한 페이지에 실린 사진 자료들도 마찬가지다. 위로 의열단 소속 김원봉 등의 사진과 함께 같은 단체 소속 김상옥의 사진도 나온다. '조선혁명 선언' 사진에서는 "의열단장 김원봉이 의뢰하여 신채호가 작성한 문서"라고 적혀 있다.

이처럼 김원봉 위주의 자료를 위에 보여준 뒤 김구, 윤봉길 관련 사진은 아래로 배치했다. 이 페이지 제목은 '의열단과 한인 애국단의 의로운 투쟁'이다.
 

 국정교과서 238쪽. 사진에서도 김원봉을 강조해 놓았다.
▲  국정교과서 238쪽. 사진에서도 김원봉을 강조해 놓았다.

           

  
그렇다면 이 국정교과서는 김원봉의 광복군 관련 내용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김원봉 등은 중국 국민당의 협력을 얻어 조선 의용대를 창립하였다. (중략) 독립운동 세력이 임시 정부로 결집한 것처럼 중국 관내의 무장세력도 한국광복군으로 결집하였다. 한국청년 지공작대가 합류한 데 이어, 조선 의용대 본부 병력이 한국 광복군에 합류하였고 김원봉은 부사령에 임명되었다." 

'김원봉이 부사령'이 되었다는 내용만 빼면 6일 문 대통령의 추념사와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 오히려 문 대통령은 '부사령'이란 직함을 넣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쪽의 시각으로 보면 '대한민국 정체성 파괴'이며 '역사 덧칠하기'에 나선 교과서인 셈이다.  
 

 교과서 236쪽. 임시정부 요인들 사진을 실으며 김구와 김원봉만 강조하고 있다.
▲  교과서 236쪽. 임시정부 요인들 사진을 실으며 김구와 김원봉만 강조하고 있다.

           

 
이 교과서에 실린 사진자료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김구와 김원봉을 붉은 색 동그라미를 쳐가며 나란히 부각하고 있다는 것. 이 교과서도 김원봉의 목숨을 건 반일 독립운동을 칭송했을 뿐, 해방 뒤 김원봉의 행적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고 있다. 이런 내용의 교과서에 대해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의원 대부분은 두 손 들어 박수를 친 바 있다.

박정희 교과서와 국방부 자료도 '김원봉 칭찬'

김원봉에 대한 찬양 내용은 박정희 정부 시절에 나온 역사 국정교과서도 마찬가지다. 다음은 관련 내용이다. 

"중⋅일 전쟁이 발발하자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김구, 김규식, 김원봉, 지청천 등은 만주와 시베리아에서 항쟁하던 독립군과 중국 대륙에 흩어져 있던 한국 청년을 모아, 광복군과 조선 의용대를 편성하여 조국의 독립을 위한 항일전을 전개하였다. (중략) 일부의 광복군은 버어마 전선까지 파견되어 영국군과의 연합 작전을 수행하였다. 이와 같이 한민족의 군대는 마지막까지 모든 악조건을 무릅쓰고 항전을 계속 수행하였다." (3차 교육과정 고교<국사>) 

위 내용도 문 대통령의 6일 추념사 내용과 비슷하다.

문 대통령 발언 내용과 유사한 내용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방부가 만든 자료에서도 나온다. 국방부는 2016년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를 앞두고 낸 보도자료에서 다음처럼 '국군의 광복군 계승론'을 강조한다. 

"독립군·광복군의 위국헌신 정신을 계승한 국군의 탄생, 6․25전쟁의 시련을 극복해낸 자랑스러운 국군의 모습을 담은 영상물 상영을 선보인다." 

당시 박근혜는 이날 행사에 직접 참석해 해당 영상물을 살펴봤다. 이는 국방부가 만든 국군의 날 영상에서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 국방부가 운영한 국방홍보원 등이 만든 영상자료에도 김원봉을 소개하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유한국당의 차명진 전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문재인은 빨갱이"라고 외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이 김원봉이가 국군 창설 뿌리"라고 말했다는 이유에서다.

7일 같은 당 민경욱 대변인도 논평에서 "대통령이 현충일에는 북한정권 수립의 공훈자, 6.25 전쟁 중 대한민국 국군을 많이 죽인 대가로 김일성 최고 훈장을 받은 김원봉을 두고 '국군의 뿌리'라고 했다"면서 "대통령의 발언은 대한민국 정체성 파괴 '역사 덧칠하기' 작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김원봉 얘기하면 빨갱이?..."학생들이 배우면 안 될 색깔론"

하지만 문 대통령은 '김원봉이 국군 창설의 뿌리'라고 말하지 않았다. 박근혜-박정희 시절 국정교과서에 나온대로 "김원봉이 광복군에 참여했다"면서 "통합된 광복군이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었다"고 말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30여 년째 고교에서 <역사>를 가르쳐온 역사교사모임 관계자는 "김원봉이 독립운동을 하고 광복군에 참여한 것은 박근혜 국정교과서도 외면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며, 이를 문 대통령도 그대로 얘기한 것"이라면서 "이를 놓고 이념논쟁이나 색깔론으로 몰고 가는 행위는 학생들이 배우면 안 될 구태의연한 습성"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