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068 – 상투

튼씩이 2019. 6. 14. 20:33

지금은 없어졌지만 관례(冠禮)는 사례(四禮), 즉 사람이 거쳐야 할 네 가지 통과의례인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앞자리를 차지하는 중요한 의식이었다. 관례는 글자 그대로 갓()을 쓰는 의식()인데, 요즘으로 치면 성년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개 남자 나이 스물이 되면 치렀는데,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이 머리 모양이었다. 길게 땋아 늘인 댕기머리를 풀어 상투를 틀었던 것이다. 그래서 관례를 다른 말로는 댕기풀이라고 한다. 흔히 댕기는 여성 전용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옛날에는 남자도 댕기를 드리고 다녔던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관례를 혼례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여겼으며, 결혼하지 않았더라도 관례를 마치면 완전한 성인으로 대접해 주었다고 한다.

 

상투를 틀 때 머리털을 고리처럼 틀어 감은 것을 상툿고 또는 그냥 고라고 하는데, 고가 몇 개인가에 따라서 세벌상투, 네벌상투로 나뉜다. 고 가운데서도 가장 큰 것은 가락짓벌이라고 한다. 상투는 원래 정수리 위에 트는 것이 정석(定石)이지만, 세상에는 언제나 정석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아웃사이더들이 존재하는 법이라서 뒤통수 한가운데에 튼 꼭뒤상투, 모로 비뚜름하게 튼 모재비상투 같은 것들도 있다. 꼭뒤는 뒤통수 한가운데를 가리키는 말이다. 상투의 생긴 모양에 따라서 부르는 이름도 다양한데, 주먹상투는 머리를 솎지 않고 그냥 틀어 주먹처럼 크기만 하고 볼품이 없는 상투, 솔잎상투는 짧은 머리털을 끌어올려 뭉뚱그려 짠 상투, 고추상투는 머리털이 별로 없는 늙은이의 고추만 한 작은 상투를 가리킨다. 짧은 머리털로 아무렇게나 대강 뭉쳐서 튼 상투는 뒤범벅상투나 북상투, 치마머리를 넣어서 짠 상투는 치마상투라고 한다. 치마머리란 머리털이 적은 남자가 상투를 틀 때 본머리에 덧둘러서 감는 딴머리로 가발(假髮)의 일종이다. 상투를 풀어헤친 상태의 머리는 푸상투라고 하는데, 푸상투는 뒤범벅상투처럼 아무렇게나 틀어 맨 상투를 가리키기도 한다.

 

 

상투 () 예전에, 장가든 남자가 머리털을 끌어올려 정수리 위에 틀어 감아 맨 것.

 

쓰임의 예 김중한은 상투가 풀어져 봉두난발에 옷이 갈기갈기 찢겨진데다 얼굴도 짓뭉개져 도무지 꼴이 아니었다. (송기숙의 소설 녹두장군에서)

 

             - 학교에서는 머리채를 땋아 늘어뜨린 총각은 물론, 이렇게 상투를 튼 장성한 학도들에 대하여 벌써부터 삭발을 장려해 왔고. (김남천의 소설 대하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푸상투 상투를 풀어헤친 상태의 머리. 또는 아무렇게나 틀어 맨 상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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