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곳과 망건은 상투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물건들이다. 동곳은 여자들이 쓰는 비녀와 같은 쓰임새를 가진 물건이다. 그러니 동곳을 빼면 상투가 제 모양을 유지할 수가 없고, 따라서 남들 앞에 떳떳이 나설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동곳을 빼다’라는 말은 ‘힘이 모자라서 남에게 복종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망건은 상투를 튼 뒤에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두르는 그물처럼 생긴 물건인데, 모자라기보다는 머리띠에 가깝다. 주로 말총을 쓰지만 사람의 머리카락이나 곱소리(코끼리의 꼬리털. 말총으로 미루어 보자면 코끼리 꼬리털은 ‘꼬끼리총’으로 불러야 할 것 같은데…)를 재료로 쓰는 경우도 있다. 망건당(그냥 당이라고도 한다)은 말총으로 고를 맺어 망건의 윗부분으로 여기에 윗당줄을 꿰게 되어 있다. 망건편자(마찬가지로 그냥 편자라고도 한다)는 말총으로 띠처럼 굵게 짠 망건의 아랫부분으로 끝에 아랫당줄을 달아 쓴다.
망건에 딸린 물건으로는 관자(貫子)와 풍잠이 있다. 관자는 망건에 달아 아랫당줄에 꿰는 작은 단추 모양의 고리인데, 신분에 따라 그 재료가 달랐다. 관직의 품계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정1품과 종1품은 조각(彫刻)이 없는 작은 옥관자(도리옥으로도 불린다), 정2품은 조각이 없는 작은 금관자(도리금이라고도 한다), 종2품은 그림을 새긴 큰 금관자, 정3품은 역시 그림을 새긴 큰 옥관자를 달았다고 한다. 귀와 눈 사이의 맥박이 뛰는 곳을 관자놀이라고 하는데, 이는 ‘망건을 썼을 때 관자가 노는 곳’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관자놀이와 귀 사이에 난 머리털은 귀밑머리나 살쩍이라고 한다. 풍잠(風簪)은 망건의 당 앞쪽에 붙이는 장식품으로 갓을 고정시켜 바람이 불어도 갓모자가 뒤쪽으로 넘어가지 않게 하는 구실을 한다.
동곳 (명) 상투를 튼 뒤에 그것이 다시 풀어지지 아니하도록 꽂는 물건. 금, 은, 옥, 산호, 밀화, 나무 따위로 만든다.
쓰임의 예 – 새로 사 온 산호 동곳을 꽂고 망건을 씌운 후에, 새 옷을 갈아입고…. (이기영의 소설 『봄』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살쩍 – 관자놀이와 귀 사이에 난 머리털. =귀밑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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