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065 – 핫바지

튼씩이 2019. 6. 11. 08:45

치마저고리는 치마와 저고리, 바지저고리는 바지와 저고리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치마저고리와는 달리 바지저고리는 주견이나 능력이 전혀 없이 남이 부추기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치마저고리는 여자가, 바지저고리는 남자가 주로 입는 옷이니까 이 역시 남자가 여자보다 줏대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바지저고리만 다닌다”는 속담을 보자. 사람의 몸뚱이는 없고 바지저고리만 다닌다는 뜻으로, 사람이 껍데기만 남아서 아무 속이 없이 행동하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이 바지저고리와 비슷한 뜻을 가진 말로는 망석중이, 꼭두각시, 허수아비 같은 것들이 있다. 망석중이나 꼭두각시는 한자말로 괴뢰(傀儡), 곽독(郭禿)이라고 한다. 괴뢰는 어릴 적 시도 때도 없이 열리던 ‘반공글짓기대회’ 같은 데 나가서 작문을 할 때 뜻도 모르고 써먹던 낱말이다. 망석중이는 나무로 만든 인형으로, 팔다리에 줄을 매어 그 줄을 움직여 춤을 추게 하는 것이다. 서양의 마리오네트(Marionette)도 이와 비슷하다.


바지와 헷갈리기 쉬운 홑바지는 홑겹으로 지은 바지다. 핫바지, 핫저고리, 핫이불처럼 솜을 두어서 만든 것을 통틀어 핫것이라고 하는데, ‘핫-’은 ‘솜을 두어 만든’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앞가지(접두사)다. 차렵은 솜을 두되 얇게 두어 만드는 방식을 말하는데, 핫것과 마찬가지로 차렵으로 지은 차렵바지, 차렵저고리, 차렵이불 같은 것을 통틀어 차렵것이라고 한다. 솜을 두지 않고 거죽과 안을 맞춰 겹으로 지은 바지는 겹바지라고 하고, 위와 아래의 경계가 어디인지, 또 왜 위와 아래를 구분해야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위는 홑으로 아래는 겹으로 만든 바지는 중동바지라고 한다. 바짓가랑이나 소매 같은 것의  속의 넓이를 통이라고 하는데, 통바지는 통이 넓은 바지, 홀태바지는 통이 썩 좁은 바지다. 치마바지는 치마처럼 생긴 통이 넓은 바지인데, 북한에서는 바지가 아니라 치마로 생각하는지 바지치마로 부른다.



핫바지 (명) ① 솜을 두어 지은 바지
                 ② 시골 사람 또는 무식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쓰임의 예 – 희치희치 낡고 땟국이 꾀죄죄한 핫바지에 중대님을 대고…. (문순태의 소설 『타오르는 강』에서)


              - 옳은 길을 가든 그릇된 길을 가든, 정치적 신념이라는 지조를 지키든 말든, 돈에 의해 허물어지든 말든 늘 자신을 지지하여 주는 ‘국민들’이 있는 한, 우리들이 정치꾼들에 의해서 ‘핫바지’가 되고 마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다음 블로그에 있는 <핫바지 생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홀태바지 – 통이 썩 좁은 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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