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예정인 항일영화 및 일본 비판 영화 <김복동> <주전장> <봉오동 전투>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일본의 아베정권이 보복성 조치를 취해 논란인 가운데, 여름 시즌 개봉할 항일영화와 일본을 비판하는 영화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8.15 광복절이 끼어 있는 여름 성수기에는 주로 항일 영화들이 개봉된다. 결코 잊을 수 없는 과거사 문제는 민족적 자존심과도 연관돼 있다. 과거 친일 세력들이 여전히 주요 위치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고 일부 보수 정치권 인사들의 친일적인 행태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현실에서, 영화가 항일과 반일의식을 고취하는 모양새다.
먼저 지난 3일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의 포스터가 공개됐다. 이 작품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김복동 할머니가 생전 일본의 사과를 받기 위해 끈질기게 투쟁한 모습을 담은 영화다. 개봉이 한 달도 더 남은 다큐멘터리 영화의 포스터를 미리 공개한 것인데, 이는 다소 이례적인 상황으로 아베 정권에 대한 압박 내지는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범국 일본에게 한국영화가 보내는 경고장인 셈이다.
배급사 측은 "<김복동>, 드디어 개봉을 고지한다. 처음 이 영화를 시작하겠다고 할 때만 해도 (김복동 할머니께서)살아계셨다"라며 "기억해야 할 이름 <김복동>을 주변에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아베의 도발에 전투력이 오른다. 일본에서도 개봉하겠다"라는 의욕을 내비쳤다. 양심적 일본 영화인들 및 관객과 연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앞서 <김복동>은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돼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김승수 전주시장이 영화 관람을 위해 극장을 찾기도 했다. 김 시장은 영화 관람 후 "<김복동> 같은 영화가 없다면 시간이 흘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슬픔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된다"라며 "잊히지 않게 마음을 잡아주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김복동 할머니가 마지막까지 요구했던 '화해·치유재단' 해산이 이뤄진 것도 영화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6일 "2015 '위안부'한일합의가 실질적으로도 행정적으로도 폐기되었다"라며 "화해·치유재단이 지난 1월 21일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진선미 장관 직권으로 이루어진 해산 결정에 따라 지난 6월 17일 최종 해산등기가 되었고, 현재 청산인이 선정되어 마지막 채무 등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김복동 할머니, 드디어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이제 안심해도 될 것 같아요. 할머니께서 해내셨어요"라고 전한 후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잘못을 제자리에 돌려 놓느라 애쓰신분들, 거리에서 할머니들과 함께 손 잡아 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미국계 일본인이 제작한 위안부 문제 영화 <주전장>은 지난 4일 개봉 비용 마련을 위한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주전장>은 우익들의 협박에도 겁 없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소용돌이에 스스로 뛰어든 미키 데자키 감독이 한국과 미국, 일본을 넘나들며 3년에 걸쳐 추적한 것들을 담아낸 작품이다.
지난 4월 일본에서 개봉돼 일본 극우세력의 상영 중지 요청 및 감독에 대한 고소 협박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 작품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쟁점을 모아 놓은 영화로, 일본군 '위안부' 이슈를 둘러싼 극우세력들의 거짓말에 대한 반박과 더불어 치열한 논쟁을 담아냈다.
"거대한 강간 제도를 만든 건 일본 정부였고, 일본 정부의 책임은 한국의 가부장 시스템으로도, 혹은 미 연합국의 책임으로도, 그 무엇으로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이라는 윤미향 대표의 이야기는 통쾌한 한 방을 선사한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일본 내 인종차별 문제를 제기했다가 우익들에게 공격을 받게 되면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 과정에서 일본 우익들이 왜 그토록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감추려고 하는지 궁금해졌고, 그 배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치스러운 과거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고 느끼면서 영화화를 결심하게 됐다.
감독은 내레이션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를 기억하는 것은 언젠가 그분들의 정의가 구현되는 '희망'을 뜻한다. 또한 인종차별, 성차별, 파시즘과 맞서 싸우는 것을 뜻한다"라며 영화의 의의를 전한다.
< 주전장>은 앞서 <두 개의 문>과 <다이빙벨> 등 한국사회 논쟁적인 다큐들을 주로 배급해 박근혜 정권에서 극심한 탄압을 받았던 시네마달이 수입했다. 적지 않은 개봉 비용으로 고심했으나 396명이 십시일반으로 개봉 비용 3천만 원을 모금해 준 덕분에 오는 25일 개봉한다.
< 암살>(2015) <밀정>(2016) <군함도>(2017) 등으로 대표되는 항일 역사영화의 계보를 올 여름엔 <봉오동 전투>가 이어나간다. <봉오동 전투>는 일제 강점기 청산리 전투와 함께 일본군을 몰살시키다시피 한 '봉오동 전투'의 역사적 승리를 영화로 담아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원신연 감독은 지난 3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지금껏 (일제 강점기) 시대를 다룬 영화들이 피해와 아픔을 이야기했다면 <봉오동 전투>는 저항의 역사를 다루려 했다"며 '저항'에 방점을 찍었다. 항일 승전 역사의 기록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배우들 역시 "시나리오에 바위 같은 진정성과 통쾌함이 같이 담겨 있었다"라며 "홍범도 장군이라는 한 영웅만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은 이름조차 잊힌 독립군을 그리고 있어서 진정성을 갖고 임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항일독립운동 영화는 2000년대 초반 이후 잠잠했다가 2015년 <암살>을 시작으로 매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시대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잔재한 친일세력과 이들을 청산하지 못한 역사적 과오,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가 얽혀 관심을 높이고 있다.
전범국가로서의 책임을 망각하고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거부하는 일본의 태도가,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한국영화를 자극하고 있는 셈이다. <봉오동 전투>는 8월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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