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가 형성될 때 ‘ㅂ’이나 ‘ㅎ’ 소리가 덧나는 것은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 예를 들어 ‘벼’와 ‘씨’가 결합하면 [벼씨]가 아니라 [볍씨]가 된다. 이런 경우에 소리 나는 대로 ‘볍씨’로 적는다. 또한 ‘살’과 ‘고기’가 결합할 때 [살고기]가 아니라 [살코기]가 되는데 이때도 소리 나는 대로 ‘살코기’로 적는다.
이처럼 ‘ㅂ’이나 ‘ㅎ’ 소리가 덧나는 것에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먼저 앞말에 ‘ㅂ’ 소리가 덧나게 하는 ‘싸리, 쌀, 씨, 때’ 등은 옛말에서 와 같이 단어 첫머리에 ‘ㅂ’을 가지고 있었던 말이었다. 이들은 후에 단일어에서 모두 ‘ㅂ’이 탈락되었는데 합성어에서는 ‘ㅂ’이 탈락되지 않고 남게 된 것이다. 즉 ‘볍씨’는 현대에 ‘벼+씨’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씨’가 ‘ㅂ’을 가지고 있던 시기에 형성된 합성어가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이다.
‘ㅎ’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살’, ‘수’ 등은 본래 ‘살ㅎ’, ‘수ㅎ’와 같이 ‘ㅎ’을 지닌 말이었고, 이 ‘ㅎ’이 단일어에서는 탈락하였지만 복합어에서는 일부 남게 된 것이다. 즉 ‘살코기’는 현대에 ‘살+고기’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살’이 ‘ㅎ’을 가지고 있던 시기에 형성된 합성어가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이다.
아래의 예들도 ‘ㅂ’과 ‘ㅎ’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들이다.
냅뜨다, 부릅뜨다, 칩떠보다, 휩싸다, 휩쓸다
수캉아지, 수캐, 수컷, 수키와, 수탉
다만, ‘수[雄]-’가 붙은 말이 모두 ‘ㅎ’ 소리가 덧나는 것은 아니다. 표준어 규정 제7항에는 ‘ㅎ’ 소리가 덧나는 것이 명시되어 있다. 여기에 없는 ‘수고양이’ 등은 ‘수코양이’로 적지 않는다. ‘암[雌]-’이 붙은 말 중에서도 ‘ㅎ’ 소리가 덧나는 ‘암캉아지, 암캐, 암컷’ 등은 소리 나는 대로 적되, ‘암고양이’ 등은 ‘암코양이’로 적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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