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109 – 밤윷

튼씩이 2019. 8. 1. 08:25

윷은 크게 가락윷과 밤윷으로 나뉘는데, 가락윷은 채윷, 밤윷은 좀윷으로도 불린다. 가락윷은 다시 대중소 세 가지로 나눌 수가 있는데, 중간짜리는 서울윷, 큰 것은 장작만 하다고 해서 장작윷이라고 한다. 밤윷은 종지를 이용해서(예문에서는 ‘조그만 밥공기’라고 했지만) 던지고 논다. 종지는 간장이나 고추장 따위를 담는 작은 그릇으로, 종지보다 큰 것은 종발, 종발보다 큰 것은 중발, 중발보다 큰 것은 주발이라고 한다. 종지는 주발의 증손자뻘인 것이다. 밤윷을 좀윷으로 부르는 것은 좀스럽다는 뜻인데, 더욱 좀스러운 것으로 콩알이나 팥알을 쪼개 만든 콩윷이나 팥윷도 있다.


부여의 사출도는 말, 소, 돼지, 개로 대표되는데, 여기에 중앙을 상징하는 양을 더한 것이 바로 도개걸윷모다. 도는 돼지의 옛말인 ‘돝’에서 받침인 티읕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개는 그대로 개고,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을 뜻한다. 돼지<개<양<소<말 순으로 서열이 정해진 것은 대체로 몸집과 보폭의 크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윷놀이에서 한 판의 맨 처음에 나오는 모와 도를 각각 첫모와 첫도라고 하는데, 얼핏 생각에는 첫모가 장땡일 것 같지만 “첫모 방정에 새 까먹는다.”는 속담이 있는 것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새 까먹는다.’는 부분이 알쏭하기는 하지만 아마도 ‘첫모가 나왔다고 방정을 떨다 보면 어느새 가진 것을 털어먹게 된다.’는 뜻일 것이다. 반면 첫도에 대해서는 “첫딸은 살림 밑천”이라고 하듯이 “첫도는 세간 밑천”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첫도 유복(有福)”, “첫도 왕(王)” 식으로 첫도에 대한 예찬이 줄을 잇고 있다. 그렇다. 시작의 미약함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한 걸음 한 걸음 황소걸음으로 나아가라고 윷놀이는 가르친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인 것이다.



밤윷 (명) 밤을 쪼갠 조각처럼 잘고 뭉툭하게 만든 윷짝.


쓰임의 예 – 화톳불 앞에서 밤샘하는 사람들이 밤윷을 가지고 노름하다가….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서)


              - 밤윷은 작은 밤알 크기의 나뭇조각 4짝을 갖추어 이것들을 조그만 밥공기 등에 담아 내젓다가 바닥에 내던져 노는 것이다. (서울특별시 홈페이지 <서울 육백년사>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첫모 – 윷놀이에서 한 판의 맨 처음에 나오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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