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110 – 가오리연

튼씩이 2019. 8. 2. 08:30

연은 한자로는 연(鳶)으로 쓴다. 연(鳶)에는 연 말고 솔개라는 뜻도 있다. 어느 것이 나중에 생긴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이나 솔개나 모두 하늘에 높이 떠서, 그것도 좁은 범위를 맴돌며 난다는 특징이 있으므로 같은 뜻으로 쓰이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영어에서도 그렇다는 사실이다. ‘카이트(Kite)’는 연(鳶)처럼 두 가지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연은 머리와 허리, 치마의 세 부분으로 나눌 수가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허리를 중심으로 위는 머리, 아래는 치마라고 한다. 치마를 입었으니 성별을 따지자면 연은 또 당연히 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남자들이 연을 많이 날리게 되는 모양이다. 연의 한복판에 둥글게 뚫은 구멍을 방구멍이라고 하는데, 방구멍의 아래쪽을 따로 꽁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연의 가로와 세로의 비율은 2:3이 적당하다. 연의 머리에 달처럼 동그랗게 오려 붙이는 종이는 꼭지, 연이 잘 날게 하려고 아래쪽 두 귀퉁이에 붙이는 길쭉한 종이 조각은 갈개발이라고 한다.


연은 그 모양과 꾸밈에 따라 가짓수가 엄청나게 많다. 그 가운데 중요한 것만 골라서 알아보자. 꼭지연은 머리 한가운데에 꼭지를 붙인 것인데, 반달 모양의 꼭지를 붙인 것은 반달연이라고 한다. 치마연은 치마에만 색을 칠한 연이고, 초연은 꼭지를 뺀 나머지 부분을 한 가지 빛깔로 칠한 연이다. 머리나 허리에 띠를 두른 것은 동이연, 연의 전체나 일부에 돈점, 눈알, 긴 코 따위 모양을 박아 넣은 것은 박이연이라고 한다. 갈개발을 붙여 늘어뜨린 연은 발연이다. 가오리연은 하늘로 올라갈 때 머리를 절하는 것처럼 꼬빡꼬빡한다고 해서 꼬빡연이라고도 한다. 뼈대가 되도록 연에 붙이는 대오리는 연달이나 달 또는 살이라고 한다. 연달에는 머리에 붙이는 머릿달, 허리에 대는 허릿달, 가운데에 세로로 붙이는 꽁숫달, 전체에 가위표 모양으로 엇붙이는 귓달 같은 것들이 있다.



가오리연 (명) 가오리 모양으로 만들어 꼬리를 길게 단 연.


쓰임의 예 – 울긋불긋 험상궂은 귀면을 그려 넣은 가오리연들은 들기름 먹인 진달래 가지에 불을 붙여 매달고 너울너울 성안으로 날아들었다. (현기영의 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갈개발 – 연이 잘 날게 하려고 아래쪽 두 귀퉁이에 붙이는 길쭉한 종이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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