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웅하다’가 ‘굴이나 구멍 따위가 쑥 우므러져 들어가 있다’는 뜻이고 ‘웅글다’는 ‘소리가 깊고 굵다’는 뜻이다. 여기에 웅덩이나 ‘웅숭깊다’ 같은 낱말들을 참고하면 ‘웅’이라는 글자에 ‘쑥 들어가 깊다’는 뜻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자말 웅심(雄深)에 접미사 ‘-하다’가 붙어서 된 ‘웅심하다’는 ‘글이나 사람의 뜻이 크고 깊다’는 뜻이다. 그런데 ‘웅숭깊다’와 ‘웅심하다’가 뒤섞인 ‘웅심깊다’라는 말을 북한에서는 ‘웅숭깊다’와 같은 뜻으로 쓰고 있다. ‘웅심깊다’는 ‘겉에 잘 드러나거나 나타나지 않다’ 또는 ‘무게 있고 경솔하지 않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웅심깊다’는 ‘웅깊다’로도 쓰이는데, 한자의 뜻을 살피면 ‘웅심깊다’는 ‘수컷의 깊이가 깊다’, ‘웅깊다’는 ‘수컷이 깊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웅심깊다’나 ‘웅깊다’의 원래 뜻은 ‘깊기는 깊지만 그다지 깊지 않다’가 아닐까. 그렇지 않은가. 수컷, 제가 깊이가 있어 봤자 얼마나 있겠는가 말이다.
웅심화평(雄深和平)은 ‘웅숭깊고 화평하다’는 뜻으로 평조(平調) 음악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다음은 연출가이며 판소리꾼이기도 한 임진택의 설명이다.
“판소리에 쓰이는 조(調)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우조(羽調), 평조, 계면조(界面調)가 있고 좀 특이한 것으로는 설렁제, 경드름, 추천목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우조는 웅장하고 엄숙한 느낌을 주는 조이고, 평조는 화창하고 평화스러운 느낌을 주는 조이며, 계면조는 슬프고 처절한 느낌을 주는 조입니다. 그와는 달리 설렁제는 거드럭거리는 느낌을 주는 창법이며, 경드름은 경쾌한 느낌의 서울지방 민요조에 가깝고, 추천목은 그네 뛰듯 오락가락 흔들흔들하는 느낌으로 내는 창법을 가리킵니다.”
웅숭깊다 (형) ① 생각이나 뜻이 크고 넓다.
② 사물이 되바라지지 아니하고 깊숙하다.
쓰임의 예 – 홍 거사는 웅보를 종놈치고는 어딘지 웅숭깊은 데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그날부터 밤을 이용하여 글을 가르쳐 주겠다고 하였다. (문순태의 소설 『타오르는 강』에서)
- 천장과 벽은 물론 시울 가장자리에까지 검푸른 이끼가 돋은 그 어웅하고 웅숭깊은 옹달샘 안을 울려 나오는 물방울 소리는…. (한승원의 소설 『해일』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웅글다 – 소리가 깊고 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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