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국어 숙제로 가장 많이 냈던 것은 글의 줄거리를 적어 오라는 것이었을 것이다. 줄거리란 문맥(文脈)의 흐름의 요약(要約)일 것이고, 요약이란 말 그대로 중요한 점을 뽑아서 간추린다는 뜻이다. 이처럼 줄거리는 ‘말이나 일의 내용에서 중심이 되는 줄기를 이루는 것’, 즉 골자(骨子)를 의미하는데, 나무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를 뜻한다. 여기서 잠깐 줄거리에서 벗어나는 느낌은 있지만, 잎의 처지를 살피자면, 잎으로서는 군더더기 취급을 받기에는 억울한 점이 적지 않다. 잎은 호흡작용과 탄소동화작용으로 뿌리와 함께 나무를 먹여 살리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푸르름’이라는 나무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요소가 아닌가 말이다. 게다가 잎이 없다면 나무가 무슨 수로 놀러 오는 바람과 수런수런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다는 말인가. 잎은 말하자면 나무의 입인 것이다. 먹여 살린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말은 한다는 측면에서도.
그런데 사실은 줄거리의 입지(立地)도 확고부동하다고는 할 수 없다. 줄거리는 어디까지나 나뭇가지이고, 가지는 몸통에 비교하자면 군더더기라고 할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사물의 본질이나 본바탕을 근간(根幹) 또는 근본(根本)이라고 하고, 중요하지 않고 부차적인 부분을 지엽(枝葉)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사정을 얼추 짐작할 수 있다. 근간은 뿌리와 줄기, 근본은 뿌리, 지엽은 가지와 잎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나무의 진골(眞骨), 즉 진짜 줄거리(骨子)는 뿌리나 줄기이지 줄거리(가지)나 잎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줄거리를 나뭇가지라고 하는 것은 사전에 그렇게 나와 있더라 하는 것뿐이고, 실제로는 가지와 몸통을 아우르는 줄기의 뜻으로 쓰이는 것이 줄거리라는 말이다. 졸가리는 줄거리의 작은 말이다.
졸가리 (명) ①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
② 사물의 군더더기를 다 떼어 버린 나머지의 골자.
③ 예전에, 행세하던 문벌이나 집안의 혈통을 비유적으로 이르던 말.
쓰임의 예 – 당신, 그 말버릇부터 따져야 할 일이나, 우선 큰 졸가리가 바쁘니 그것부터 묻고 봅시다. (송기숙의 소설 『녹두장군』에서)
- 세상이 나를 이 지경으로 버려 놨소만 사람하난 반듯하단 말이오. 암 이래도 졸가리 있는 집 자손이니깐. (이동하의 소설 『장난감 도시』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줄거리 – 말이나 일의 내용에서 중심이 되는 줄기를 이루는 것. =골자(骨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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