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표준어규정 해설

제1부 표준어 사정 원칙 제1장 총칙 제1항

튼씩이 2019. 9. 8. 13:59



한 나라 안에서 지역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러 형태로 쓰이는 말을 단수 혹은 복수의 표준형으로 제시하는 것은 그 나라 국민들의 효율적이고 통일된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다. 국어 토박이 화자가 하는 말은 어휘의 형태나 음운의 발음에서 지역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여러 형태나 발음 중 한 혹은 둘을 표준형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 표준어 규정의 목적이다.

 

한글 맞춤법은 그러한 표준형을 문자로 적을 때 올바르게 표기하는 방법을 규정한 것이므로, 표준어 규정은 한글 맞춤법의 전제가 되는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국어 언중들은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을 뚜렷이 구별하지 않고 한글 맞춤법으로 일원화하여 이해하는 경향이 있어서, 한글 맞춤법에는 표준어 규정에 귀속되어야 할 만한 예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국어 언중들에게 실용적인 성격의 어문 규정을 제공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표준어 규정 제1항에는 표준어를 정하는 사회적, 시대적, 지역적 기준이 제시되어 있다.

 

1. 사회적 기준으로서,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쓰는 언어여야 한다. 교양이란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를 뜻하므로 교양 있는 사람이란 사회적 품위를 갖춘 사람을 말한다. 물론 교양 있는 사람이라도 비어, 속어, 은어 등을 쓸 수는 있으므로 표준어의 사회적 기준은 상당히 느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비어, 속어, 은어 등은 표준어이기는 하되 언어 예절에 어긋난 말들이므로, 교양 있는 사람이라면 사용을 자제하여야 하는 말들이다.

 

2. 시대적 기준으로서, 표준어는 현대의 언어여야 한다. 여기서 현대는 단순히 시간적으로 현재란 뜻이 아니라 역사적 흐름에서 현재와 같은 구획에 있는 시대를 말한다. 다른 사회적, 경제적 시대 구분과는 달리 언어 사용에서 현대를 구분하는 데에는 뚜렷한 객관적 기준이 없다. 20세기 초의 구어가 현대의 말로 간주되곤 하나, 21세기가 상당히 진행된 현재로서는 20세기 초의 구어를 현대의 말로 간주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한 시대에 최대 4세대가 공존할 수 있으므로 세대 간 시간 차를 30년 남짓으로 잡으면 넉넉잡아 100년 정도의 시간 차가 있는 말들이 한 시대에 쓰일 수 있다. 그러므로 현대를 100년 전으로부터 현재 시점까지의 기간으로 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 인식은 현대개념의 모호함 때문에 편의상 행할 수 있는 것일 뿐 객관적인 것은 아니다. ‘현대는 국어 언중들의 직관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3. 지역적 기준으로서, 표준어는 서울말이어야 한다. 이는 표준어의 공용어적 성격을 가장 크게 드러내 주는 기준이다. 가령, 많은 지역 사람들이 모여서 공식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 각자의 지역어를 사용한다면 의사소통이 어려워질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표준어의 조건으로 서울말을 제시한 것이다. 물론 서울말이라도 비표준적인 요소가 있다. “나두 간다.”와 같은 말에서 는 서울말이기는 하지만 표준어는 아니다. 교양 있는 사람은 오랜 문자 언어의 관습적 쓰임에 영향을 받아 라고 쓰는 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말은 서울 지역의 말을 바탕으로 하되 언중들의 교양 의식을 반영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말을 표준어의 조건으로 한다는 이러한 규정을 어떤 지역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표준어는 교육, 방송, 공식적 담화 등에서 써야 할 말이지 지역 사람들끼리 편하게 대화하는 경우에까지 꼭 써야 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여러 지역어는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는 소중한 자산이기도 하고 지역 사람들의 연대 의식을 강화하는 긍정적 기능을 하기도 한다.

 

표준어 규정의 실제적인 대상은 다음과 같다.

 

() 1933한글 마춤법 통일안에서 표준어로 규정하였던 형태가 그동안 자연스러운 언어 변화에 의해 고형(古形)이 된 것

() 1933년 당시 미처 사정의 대상이 되지 않아 표준어로서의 자격을 인정받을 기회가 없었던 것

() 각 사전에서 달리 처리하여 정리가 필요한 것

() 방언, 신조어 등이 세력을 얻어 표준어 자리를 굳혀 가던 것

 

그러나 수많은 어휘의 표준어형을 규정에서 다 예시할 수는 없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자 국립국어원에서는 인터넷으로 표준국어대사전을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판 표준국어대사전1999년에 초판이 발간된 종이 사전 표준국어대사전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현재에도 계속 수정·보완 중이다. 여기에서 방대한 어휘의 표준어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립국어원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과거에는 비표준어였지만 현재에는 표준어로 인정될 만한 어휘를 꾸준히 추가하여 발표하고 있고, 이 또한 인터넷판 표준국어대사전에 반영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