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표준어규정 해설

제2장 발음 변화에 따른 표준어 규정 제1절 자음 제3항

튼씩이 2019. 9. 10. 08:19

제2장 발음변화에 따른 표준어 규정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떤 어휘는 자음과 모음의 발음이 달라지고 길이가 줄어드는 등의 변화를 입게 된다. 어문 규범을 자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발음에 다소의 변화를 입어도 표준어를 곧바로 바꾸지는 않지만, 발음 변화의 정도가 심하거나 발음이 변한 지 오래되어 대부분의 교양 있는 서울 지역 사람들이 바뀐 발음으로 말을 하는 경우에는 표준어를 새로이 정하게 된다. 발음 변화에 따라 새로이 표준어를 정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발음이 바뀐 후의 말만 인정하는 방법과 바뀌기 전의 말과 바뀐 후의 말을 모두 인정하는 방법이다. 앞엣것에 따르면 단수 표준어, 뒤엣것에 따르면 복수 표준어가 된다. 원칙적으로는 언어가 변화하였으면 단수표준어로 정해야 하겠으나, 언어의 변화에는 대부분 긴 시간의 과도기가 있으므로 복수 표준어로 정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가 언어의 규범적 사용을 점차 유연하게 인식하게 됨에 따라 복수 표준어 역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국립국어원에서는 2011년을 시작으로 표준어 추가 목록을 발표하고 있고, “표준국어대사전”의 수정·보완을 통해 표준어의 목록을 갱신하고 있다.




제3항은 예사소리나 된소리가 거센소리로 변한 경우의 예이다. 사실 ‘나팔꽃’이나 ‘끄나풀’ 등은 이 표준어 규정이 공표되기 전에 이미 일반화되었던 형태들이다. 이 점에서 여기 예시한 어휘는 이미 뿌리를 내린 형태들을 인정하는 성격이 크다.


  ① ‘나발꽃’이 ‘나팔꽃’으로 바뀌었으나 모든 ‘나발’을 ‘나팔’로 바꾸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의미의 ‘나팔’과 함께 놋쇠로 긴 대롱처럼 만든 전통 관악기의 하나인 ‘나발’도 인정될 뿐만 아니라 ‘나팔바지, 나팔관, 나팔벌레’ 등과 ‘개나발, 병나발’ 등의 합성어에서도 각각 구별되어 쓰인다.


  ② 동물 ‘삵’과 ‘고양이’의 준말인 ‘괭이’가 결합한 ‘삵괭이’는 표준 발음법에 따라 [삭꽹이]가 되어야 하는데, 실제 발음은 [살쾡이]이므로 ‘살쾡이’를 표준어로 삼았다. 표준어 규정 제26항에서는 ‘살쾡이’와 함께 ‘삵’도 표준어로 인정하였다.


  ③ ‘칸’은 공간의 구획을 나타내며, ‘간(間)’은 이미 굳어진 한자어 속에서 쓰이거나 공간으로서의 장소를 가리키는 접미사로 쓰인다. 그러므로 ‘위 칸, 한 칸 벌리다, 비어 있는 칸’ 등에서는 ‘칸’을 쓰고 ‘초가삼간, 뒷간, 마구간, 방앗간, 외양간, 푸줏간, 헛간’ 등에서는 ‘간’을 쓴다.


  ④ ‘털다’는 달려 있는 것, 붙어 있는 것 따위가 떨어지게 흔들거나 치거나 한다는 뜻으로, 주로 ‘옷, 이불’ 등과 같이 먼지 따위가 붙어 있는 대상을 목적어로 취한다. 반면 ‘떨다’는 달려 있거나 붙어 있는 것을 쳐서 떼어 낸다는 뜻으로, ‘먼지, 재’ 등과 같이 떨어져 나가는 대상을 목적어로 취한다. 따라서 ‘먼지를 떨기 위해 옷을 털다’와 같이 쓸 수 있다. 이러한 쓰임을 고려하면 ‘재떨이, 먼지떨이’가 올바른 표기가 된다. 그러나 ‘재물’이 목적어로 쓰이는 경우에는 유사한 의미로도 쓰인다. ‘털다’는 ‘남이 가진 재물을 몽땅 빼앗거나 그것이 보관된 장소를 모조리 뒤지어 훔치다’를, ‘떨다’는 ‘남에게서 재물을 모조리 훔치거나 빼앗다’를 뜻한다. 다만, ‘먹다’와 결합해 합성어로 쓸 때에는 ‘털어먹다’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