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표준어규정 해설

제2장 발음 변화에 따른 표준어 규정 제1절 자음 제5항

튼씩이 2019. 9. 12. 10:38



학문적으로는 어원이 밝혀져 있더라도 언중의 어원 의식이 약해져서 어원으로부터 멀어진 형태가 널리 쓰이면 그 말을 표준어로 삼고, 어원에 충실한 형태이더라도 현실적으로 쓰이지 않는 말은 표준어로 삼지 않겠다는 것을 다룬 조항이다.

 

  ① 강낭콩은 중국의 강남(江南)’ 지방에서 들여온 콩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강남의 형태가 변하여 강낭이 되었다. 9항의 남비냄비로 변한 것과 마찬가지로 언중이 이미 어원을 인식하지 않고 변한 형태대로 발음하는 언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여 강낭콩으로 쓰게 한 것이다.

 

  ② 예전에는 지붕을 일 때에 쓰는 새끼좁은 골목이나 길을 모두 고샅으로 써 왔는데, 앞의 뜻의 말에 대해 어원 의식이 희박해져서 조사가 붙은 형태가 [고사시/고사슬] 등으로 발음되고 있으므로 앞의 뜻의 말을 고삿으로 정한 것이다. ‘속고삿은 초가지붕을 일 때 이엉을 얹기 전에 지붕 위에 건너질러 잡아매는 새끼이고, ‘겉고삿은 이엉을 얹은 위에 걸쳐 매는 새끼이다.

 

  ③ 월세(月貰)’와 뜻이 같은 말로서 과거에는 삭월세사글세가 모두 쓰였다. 그러나 삭월세를 한자어 朔月貰로 보는 것은 사글세의 음을 단순히 한자로 흉내 낸 것으로 보아 사글세만을 표준으로 삼은 것이다.

 

다만, 어원 의식이 여전히 남아 있어 어원을 의식한 형태가 쓰이는 것들은 그 짝이 되는 비어원적인 형태보다 더 우선적으로 표준어 자격을 주도록 규정하였다.

 

  ④ 갈비, 갓모, 휴지(休紙)’는 변화된 형태인 가리, 갈모, 수지등도 각각 쓰였으나, 본래의 형태가 더 널리 쓰이므로 갈비, 갓모, 휴지의 형태를 표준어로 인정하였다. 다만, ‘갓모와는 별개로 비가 올 때 갓 위에 덮어 쓰던 고깔 비슷하게 생긴 물건을 뜻하는 갈모(-)’는 표준어로 인정한다.

 

  ⑤ -’‘-뜨리다가 붙은 밀뜨리다도 언중이 밀다의 뜻을 의식하고 있으므로 미뜨리다가 쓰이고 있어도 밀뜨리다로 쓴다. 다만, ‘-뜨리다‘-트리다가 같은 뜻의 복수 표준어 접미사로 인정되므로 밀뜨리다와 함께 밀트리다도 표준어로 인정된다.

 

  ⑥ 적이는 의미적으로 적다와는 멀어지고 오히려 반대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 때문에 한동안 저으기가 널리 보급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반대의 뜻이 되었더라도 원래의 어원 적다와의 관계는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저으기가 아닌 적이를 표준어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