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적으로는 어원이 밝혀져 있더라도 언중의 어원 의식이 약해져서 어원으로부터 멀어진 형태가 널리 쓰이면 그 말을 표준어로 삼고, 어원에 충실한 형태이더라도 현실적으로 쓰이지 않는 말은 표준어로 삼지 않겠다는 것을 다룬 조항이다.
① ‘강낭콩’은 중국의 ‘강남(江南)’ 지방에서 들여온 콩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강남’의 형태가 변하여 ‘강낭’이 되었다. 제9항의 ‘남비’가 ‘냄비’로 변한 것과 마찬가지로 언중이 이미 어원을 인식하지 않고 변한 형태대로 발음하는 언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여 ‘강낭콩’으로 쓰게 한 것이다.
② 예전에는 ‘지붕을 일 때에 쓰는 새끼’와 ‘좁은 골목이나 길’을 모두 ‘고샅’으로 써 왔는데, 앞의 뜻의 말에 대해 어원 의식이 희박해져서 조사가 붙은 형태가 [고사시/고사슬] 등으로 발음되고 있으므로 앞의 뜻의 말을 ‘고삿’으로 정한 것이다. ‘속고삿’은 초가지붕을 일 때 이엉을 얹기 전에 지붕 위에 건너질러 잡아매는 새끼이고, ‘겉고삿’은 이엉을 얹은 위에 걸쳐 매는 새끼이다.
③ ‘월세(月貰)’와 뜻이 같은 말로서 과거에는 ‘삭월세’와 ‘사글세’가 모두 쓰였다. 그러나 ‘삭월세’를 한자어 ‘朔月貰’로 보는 것은 ‘사글세’의 음을 단순히 한자로 흉내 낸 것으로 보아 ‘사글세’만을 표준으로 삼은 것이다.
다만, 어원 의식이 여전히 남아 있어 어원을 의식한 형태가 쓰이는 것들은 그 짝이 되는 비어원적인 형태보다 더 우선적으로 표준어 자격을 주도록 규정하였다.
④ ‘갈비, 갓모, 휴지(休紙)’는 변화된 형태인 ‘가리, 갈모, 수지’ 등도 각각 쓰였으나, 본래의 형태가 더 널리 쓰이므로 ‘갈비, 갓모, 휴지’의 형태를 표준어로 인정하였다. 다만, ‘갓모’와는 별개로 비가 올 때 갓 위에 덮어 쓰던 고깔 비슷하게 생긴 물건을 뜻하는 ‘갈모(-帽)’는 표준어로 인정한다.
⑤ ‘밀-’에 ‘-뜨리다’가 붙은 ‘밀뜨리다’도 언중이 ‘밀다’의 뜻을 의식하고 있으므로 ‘미뜨리다’가 쓰이고 있어도 ‘밀뜨리다’로 쓴다. 다만, ‘-뜨리다’와 ‘-트리다’가 같은 뜻의 복수 표준어 접미사로 인정되므로 ‘밀뜨리다’와 함께 ‘밀트리다’도 표준어로 인정된다.
⑥ ‘적이’는 의미적으로 ‘적다’와는 멀어지고 오히려 반대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 때문에 한동안 ‘저으기’가 널리 보급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반대의 뜻이 되었더라도 원래의 어원 ‘적다’와의 관계는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저으기’가 아닌 ‘적이’를 표준어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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