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표준어규정 해설

제2장 발음 변화에 따른 표준어 규정 제1절 자음 제6항

튼씩이 2019. 9. 13. 18:26



이 조항은 그동안 용법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규정해 온 것 중 현재에는 그 구별의 의의가 거의 사라진 항목들을 정리한 것이다.

 

  ① 과거에 은 생일, ‘한글 반포 500처럼 주년의 의미로 세분해 써 왔다. 그러나 그러한 구별은 인위적이고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돐이, 돌을의 발음인 [돌씨], [돌쓸]이 언어 현실에 있는 발음이 아니므로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② 과거에 두째, 세째첫째와 함께 차례를, ‘둘째, 셋째하나째와 함께 사과를 벌써 셋째 먹는다에서와 같이 수량을 나타내는 것으로 구별하여 써 왔다. 그러나 언어 현실에서 이와 같은 구별은 인위적인 것이라고 판단되어 둘째, 셋째로 통합한 것이다. 따라서 두째, 세째, 네째와 같은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다만, ‘두째가 다른 수 뒤에 오는 열두째, 스물두째, 서른두째등은 인정하였는데, 이는 받침 발음이 분명히 탈락하는 언어 현실을 근거로 한 것이다. 순서가 첫 번째나 두 번째쯤 되는 차례를 나타내는 한두째에서도 두째로 쓴다. 그러나 이에도 예외가 있는데, 드물게 쓰이기는 하지만 열두 개째의 의미로 쓰일 때에는 열둘째가 인정된다.

 

  ③ 빌다에는 원래 물건 따위를 구걸한다는 뜻(밥을 빌러 다니다)과 신이나 사람 따위에 간청한다는 뜻(하늘에 소원을 빌다), 그리고 나중에 갚기로 하고 남의 물건이나 돈을 쓴다는 뜻(친구에게 돈을 빌다)이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갚기로 하고 남의 물건이나 돈을 쓴다는 뜻의 빌다빌리다로 형태가 바뀜에 따라 빌다를 버리고 빌리다를 표준어로 삼은 것이다. ‘빌리다는 원래 빌다의 피동형으로서 대가를 받기로 하고 남에게 물건이나 돈 따위를 내어 주는 것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뜻으로 쓰임에 따라 원래의 의미는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래서 원래의 의미로는 빌려주다빌리다를 대신하여 쓰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