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는 양성 모음은 양성 모음끼리, 음성 모음은 음성 모음끼리 어울리는 모음조화(母音調和) 현상이 있다. 중세 국어에서는 양성 모음과 음성 모음의 세력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으나 근대를 거치면서 음성 모음의 세력이 급격히 커졌다. 예컨대 ‘막-아, 좁-아’, ‘접-어, 굽-어, 재-어, 세-어, 괴-어, 쥐-어’ 등의 어미 활용에서도 음성 모음의 우세를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는 한 단어 내부에서도 양성 모음이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고 양성 모음과 음성 모음이 섞여 나타나는 일이 많다. 이 조항은 그러한 음성 모음 우세 현상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① 종래의 ‘깡총깡총’은 언어 현실을 반영하여 ‘깡충깡충’으로 정했다. 이와 관련된 ‘강중강중, 깡쭝깡쭝’도 ‘강종강종, 깡쫑깡쫑’으로 쓰지 않는다. ‘깡충깡충, 강중강중, 깡쭝깡쭝’의 음성 모음 대응형은 각각 ‘껑충껑충, 겅중겅중, 껑쭝껑쭝’이다. 그러나 ‘껑충하다’와 짝을 이루는 말은 ‘깡총하다’로서 ‘깡충하다’가 오히려 비표준어이다.
② ‘-동이’도 음성 모음화를 인정하여 ‘-둥이’를 표준어로 삼았다. ‘-둥이’의 어원은 아이 ‘동(童)’을 쓴 ‘동이(童-)’이지만 현실 발음에서 멀어진 것으로 인정되어 ‘-둥이’를 표준으로 삼았다. 그에 따라 ‘귀둥이, 막둥이, 쌍둥이, 바람둥이, 흰둥이’에서 모두 ‘-둥이’를 쓴다. 다만, ‘쌍둥이’와는 별개로 ‘쌍동밤’과 같은 단어에서는 한자어 ‘쌍동(雙童)’의 발음이 살아 있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쌍둥밤’으로 쓰지 않는다. 또 살이 올라 보드랍고 통통한 아이를 뜻하는 ‘옴포동이’는 ‘옴포동하다’의 어근 ‘옴포동’에 ‘-이’가 결합된 말로서 ‘-둥이’와 관련이 없으므로 ‘옴포둥이’와 같이 쓰지 않는다.
③ ‘발가숭이’와 마찬가지로 ‘빨가숭이’도 양성 모음 뒤에 음성 모음이 결합한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 이에 대응하는 짝은 ‘벌거숭이, 뻘거숭이’이다. 그러나 ‘애송이’는 ‘애숭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④ 물건을 보에 싸서 꾸려 놓은 것을 뜻하는 ‘보퉁이’와 함께 눈두덩의 불록한 부분을 뜻하는 ‘눈퉁이’나 미련한 사람을 낮추어 가리키는 ‘미련퉁이’ 등에서도 ‘-퉁이’를 쓴다. 그러나 ‘고집통이, 골통이’에서는 ‘통이’를 쓰는데, 이는 ‘고집통이, 골통이’가 각각 ‘고집통’, ‘골통’에 ‘-이’가 붙은 말이기 때문이다.
⑤ ‘봉족(奉足), 주초(柱礎)’는 한자어로서의 형태를 인식하지 않고 쓰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봉죽, 주추’와 같이 음성 모음 형태를 인정했다.
⑥ ‘뻗장다리’를 취하지 않고 ‘뻗정다리’를 표준어로 삼은 것은 언어 현실을 수용한 것이다.
⑦ 금지(禁止)의 뜻을 나타내는 ‘앗아, 앗아라’는 빼앗는다는 원뜻과는 멀어져서 단지 하지 말라는 뜻이 되었는데, 현실 발음에 따라 음성 모음 형태를 취하여 ‘아서, 아서라’로 한 것이다. 어원 의식이 희박해졌으므로 어법에 따라 ‘앗어, 앗어라’와 같이 적지 않고 ‘아서, 아서라’와 같이 적는다.
⑧ ‘오똑이’도 명사나 부사로 다 인정하지 않고 ‘오뚝이’만을 표준어로 정하였다. ‘오똑하다’도 취하지 않고 ‘오뚝하다’를 표준어로 삼는다.
⑨ 다만, ‘부주, 사둔, 삼촌’은 널리 쓰이는 형태이나, 이들은 한자어 어원을 의식하는 경향이 커서 음성 모음화를 인정하지 않고 ‘부조(扶助), 사돈(査頓), 삼촌(三寸)’과 같이 한자어 발음을 그대로 쓴 것을 표준어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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