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표준어규정 해설

제2장 발음 변화에 따른 표준어 규정 제2절 모음 제9항

튼씩이 2019. 9. 16. 08:10



‘ㅣ’ 역행 동화란 뒤에 오는 ‘ㅣ’ 모음 혹은 반모음 ‘ㅣ[j]’에 동화되어 앞에 있는 ‘ㅏ, ㅓ, ㅗ, ㅜ, ㅡ’가 각각 ‘ㅐ, ㅔ, ㅚ, ㅟ, ㅣ’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가령, ‘아비, 어미, 고기, 죽이다, 끓이다’는 자주 [애비], [에미], [괴기], [쥐기다], [끼리다]로 발음된다. ‘ㅣ’ 역행 동화는 전국적으로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다. 체언에 조사가 붙은 ‘밥이’를 [배비]와 같이 발음하는 경우는 일부 지역에 국한되어 있으나, 한 단어 안에서는 ‘ㅣ’ 역행 동화가 자주 일어난다. 그러나 대부분 주의해서 발음하면 피할 수 있는 발음이므로 그 동화형을 표준어로 삼기 어렵다. 또한 이 동화 현상은 매우 광범위하여 그 동화형을 다 표준어로 인정하면 오히려 혼란을 일으킬 우려도 있다. 그리하여 ‘ㅣ’ 역행 동화 현상을 인정하는 표준어는 최소화하였다.


  ① ‘-나기’는, 서울에서 났다는 뜻의 ‘서울나기’는 그대로 쓰임 직하지만 ‘신출나기, 풋나기’는 어색하므로 일률적으로 ‘-내기’를 표준으로 삼았다. ‘여간내기, 보통내기, 새내기’ 등의 어휘에서도 마찬가지로 ‘-내기’를 표준으로 삼는다.


  ② ‘남비’는 종래 일본어 ‘나베(鍋)’에서 온 말이라 하여 원형을 의식해서 처리했던 것이나, 현대에는 어원 의식이 거의 사라졌다. 따라서 제5항에서 ‘강남콩’을 ‘강낭콩’으로 처리한 것과 마찬가지로 ‘냄비’를 표준어로 삼은 것이다.


  [붙임 1] ‘아지랑이’는 과거의 대사전들에서 ‘아지랭이’로 고쳐진 것이 교과서에 반영되어 ‘아지랭이’가 표준어로 쓰여 왔으나, 현대 언중의 직관이 ‘아지랑이’를 표준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 ‘아지랑이’를 표준어로 삼았다. 1936년 “조선어 표준말 모음”에서 ‘아지랑이’를 표준어로 정한 바 있었는데 그것으로 돌아간 것이다.


  [붙임 2] ‘-장이’는 기술자에 붙는 접미사이고 ‘-쟁이’는 기타 어휘에 붙는 접미사이다. 그리고 여기서의 ‘기술자’는 ‘수공업적인 기술자’로 한정한다. 따라서 ‘칠장이, 유기장이’에서는 ‘-장이’를 표준으로 삼고 ‘멋쟁이, 소금쟁이, 골목쟁이’ 등에서는 ‘-쟁이’를 표준으로 삼았다. 또한 점을 치는 사람은 ‘점쟁이’가 되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낮추어 가리키는 말은 ‘환쟁이’가 된다. 이들은 수공업적인 기술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의미에 따라 ‘-장이’와 ‘-쟁이’를 구별해서 쓰기 때문에 갓을 만드는 기술자는 ‘갓장이’, 갓을 쓴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은 ‘갓쟁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