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항은 국어의 장단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내용상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장단을 구별해서 발음해야 한다는 점, 둘째, 장모음의 실현 위치에 제약이 있다는 점, 셋째, 장단의 변동 현상이 있다는 점을 다루고 있다.
첫째, 장단을 구별해서 발음해야 하는 이유는 장단에 따라 그 뜻이 구별되는 단어 쌍이 국어에 있기 때문이다. ‘눈[眼]’과 ‘눈[雪]’, ‘말[馬]’과 ‘말[言]’과 같은 단어 쌍은 단독으로 쓰일 때에 장단의 차이로만 그 뜻이 구별된다. 따라서 장단을 정확히 구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단의 구별은 국어에서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왔기 때문에 현재 장단의 구별이 다소 혼란스럽다고 하더라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둘째, 장모음은 실현되는 위치에 제약이 있어서 원칙상 단어의 첫음절에서만 온전히 발음하도록 했다. 그래서 동일한 단어라고 하더라도 (1)에서와 같이 단어의 첫음절에서 장모음을 지니는 것이 (2)와 같이 단어의 둘째 음절 이하의 위치에 놓이면 그 길이가 짧아진다. 즉 첫음절이 장모음인 단어가 단일어로 쓰이거나 복합어의 첫 요소로 쓰일 때에는 장모음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복합어의 후행 요소로 쓰이면 장모음 대신 단모음(短母音)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다만 ‘반신반의, 재삼재사, 선남선녀’ 등과 같이 비슷한 요소가 반복되는 구조의 한자어에서는 첫음절이 아니라도 장모음이 실현되도록 하였다. 이러한 단어들은 첫음절과 셋째 음절이 동일한 한자로서 서로 대응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모음의 길이도 첫음절의 장모음을 셋째 음절에서 동일하게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그렇지만 ‘반반[반:반], 간간[간:간], 영영[영:영], 시시비비[시:시비비]’ 등과 같이 동일한 한자가 연이어서 반복되는 경우에는 둘째 음절 이하에서도 장모음이 실현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셋째, 국어에는 장모음이 단모음으로 바뀌거나 단모음이 장모음으로 바뀌는 것과 같은 장단의 변동 현상이 있다. (2)에서 원래 장모음을 가지던 단어가 복합어의 후행 요소가 되면서 단모음으로 바뀌는 것도 이러한 장단의 변동에 해당한다. 이러한 장단의 변동은 [붙임]에서 언급하고 있다. [붙임]에서는 1음절로 된 어간에 어미 ‘-아/-어’가 결합하면서 음절이 줄어들 때 일어나는 장단의 변동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즉 제시된 예들을 보면 음절의 수가 주는 대신 남은 음절은 그 길이가 길어지는 변동을 거치는 것이다. 이것은 흔히 줄어들기 전의 두 음절 길이가 남은 한 음절에 그대로 유지됨으로써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1음절 용언 어간에서는 이러한 장모음화가 잘 나타나지만 ‘오-+-아, 지-+-어, 찌-+-어, 치-+-어’가 각각 ‘와, 져, 쪄, 쳐’로 실현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장모음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음절이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장모음화는 다른 경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가령 한 단어인 ‘사이, 아이’가 줄어든 ‘새, 애’의 ‘ㅐ’는 모두 장모음이다. 파생어가 줄어드는 경우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가령 ‘보이다→뵈다[뵈:다], 뜨이다→띄다[띠:다]’ 등에서 어간과 접미사가 축약되어 한 음절로 바뀌면 역시 장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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