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민요에는 “~난봉가”라고 이름이 붙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병신난봉가 >를 보면 “병신의 종자가 어디 또 따로 있나요 돈 쓰다 못쓰면 병신이로다. 님이 저리 다정 타고 속의 속정을 쓰지 마라 일후에 남 되면 후회막심이라”라고 합니다. 임에게 속마음을 주다가는 나중에 크게 후회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많이 당했던 모양입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사설난봉가>는 더 기가 막힙니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나고 이십 리 못가서 불한당 만나고 삼십 리 못가서 되돌아오누나 앞집 처녀가 시집을 가는데 뒷집의 총각은 목매러 간다 사람 죽는 건 아깝지 않으나 새끼 서발이 또 난봉나누나.”라고 부릅니다. 일반 <아리랑> 가사에는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이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한 술 더 떠서 이십 리 못 가서 불한당을 만난다고 하고 <아리랑>에는 없는 뒷집 총각의 처녀 짝사랑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런가 하면 <연평도난봉가>는 “우리집 새서방 재간이 좋아서 게딱지 타고서 낚시질 간다네 깐죽깐죽 시누이 잡년 범난 골로 다 몰아 들여라 살림살이를 할려니 바가지 한쌍없고 도망질을 할려니 가자는 님이 없네”라고 합니다. 우리 민요는 들어보면 모두 '맞아 맞아' 맞장구 치고 싶을 만큼 해학이 그득합니다. 어렵게 살았던 옛 사람들이 그 한을 단순히 넋두리로만 그치지 않고 노래를 부르면서 흥으로 승화시키는 것도 높이 살만합니다. 깊어가는 가을 안풀리는 일상을 서도소리 한자락에 풀어보면 어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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