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 - 폴 맥어웬

튼씩이 2020. 1. 26. 20:12



줄거리

노벨상 수상자이자 명망 높은 생물학자, 그리고 곰팡이를 사랑한 코넬대학교 생물학과 명예교수인 여든여섯 살의 리암코너. 그는 가족과 친구들에 둘러싸인 채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날, 리암은 한 아시아계 여성과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다리의 중간 지점에 이르러, 비척거리며 걷던 리암은 갑자기 앞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다리 난간을 넘었다. 그리고 그대로 모습을 감추었다. 다음 날, 코넬대학 캠퍼스 내의 계곡 아래에서 리암 코너는 처참히 죽은 채 발견된다.

동료 교수인 제이크 스털링과 리암의 손녀인 매기는 리암 코너가 스스로 저 다리에서 뛰어내렸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믿었다. 리암이 사랑하는 증손자인 딜런에게 그런 일을 겪게 할 리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64년 전. 제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린 직후인 1946년 태평양. 영국의 세계적인 세균전 전문가 리암 코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질병에 감염된 USS 뱅가드호를 포위한 미 해군을 돕기 위해 파견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리암은 자신의 운명을 바꾸게 될 일본군 포로 히타노 기타시와 대면하게 된다.

다시, 64년 후. 리암 코너가 죽은 지 이틀 뒤.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장에서 가슴에 ‘731 악마’라는 문신을 새겨 넣은 한 일본인 청년이 붙잡힌다. 그리고, 리암의 부검 보고서는 그의 위장 속에 거미 모양의 로봇인 마이크로 크롤러 네 마리가 들어 있다고 말해준다.

『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은 64년의 시차를 두고 펼쳐지는 리암의 죽음 이후 6일 동안의 이야기다. 아시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암살자 오키드에 의해 비로소 드러나는 731부대의 악행과 2차 대전 직후 일본에서 개발된 종말 병기 ‘우즈 마키’(소용돌이의 일본말)의 비밀, 그리고 리암의 유언을 따라 인류 사상 가장 끔찍한 테러 공격을 막아 나선 제이크와 매기, 딜런의 추격전이 펼쳐진다.   - yes24에서 -




그거 잘 됐군요. 두 번째 책은 데루투모 오자와의 일본의 기관, 산업 개선, 경제 역량-‘기러기 비행패러다임으로 본 후발주자의 경제성장이라는 책입니다. 작자가 간코 케이타이라는 걸 설파하고 다니다고 하더군요.”

가나메 아카마쓰가 주장한 기러기 행렬 동반을 위한 아시아 협력 이론일세. 아시아의 경제가 날아가는 기러기 떼의 독특한 행렬과 같은 형태로 성장하리라는 주장이지. 일본이 선두에서 지휘를 하고, 다른 나라들, 중국이나 한국이나 말레이시아가 그 뒤를 따라야 한다는 걸세. 세 번째 책은 뭔가?” - 315-


섬나라 일본의 근거 없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소위 말하는 사무라이 정신인가?

아니면 섬나라 XXX들의 피해의식(?), 아니면 열등감 때문인가?

참 이해하기 힘든 나라인 것은 사실이다.

 

여덟 명의 남자가 방 안에 모였다. 최연장자는 머지않아 잿더미가 되어버릴 이 악몽의 도시를 세운, 쉰세 살의 시로 이시이 중장이었다. 그의 옆에는 기타노가 시립해 있었다. 다른 여섯 명은 특공 자원자로, 전부 스무 살을 넘지 않은 젊은이들이었다. 이시이는 그들의 지휘관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로서 손수 몇 달 동안 이들 특공대원을 훈련시켜왔다. 평소 그는 거의 잔인할 정도로 엄격하게 이들을 대했다. 그러나 오늘은 침통한 얼굴이었다. 이시이는 편백 상자을 열고 특공대원들에게 실린더를 하나씩 건넨 다음, 정중하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 418-



책을 소개하는 서평란에서 2차 대전 중 일본군 731부대와 관련된 소재를 가지고 쓴 소설이라는 설명에 혹해서 아무런 의심 없이 책을 주문해서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저 깊숙한 곳에서 솟아나는 분노를 억제하기가 참 어려웠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알면 알수록 더 어려워지는 나라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비록 소설이지만 자살특공대를 지원했다가 실패하고, 64년이라는 세월을 견디며 자신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죽은 듯 지내오면서 그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할 날을 준비해 온 히타노 기타시를 보면서 참으로 무서운 놈들이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


역사에 대해 가정을 한다는 것이 항상 부질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드는 생각 중 하나는 2차 대전이 끝나고 미국이 전범자들에 대해 확실한 맺음을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맥아더가 이승만을 밀어주지 않았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어리석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어제 본 남산의 부장들이라는 영화와 함께 설을 맞이하여 읽은 책이 하필이면 과거를 가정해 볼 수 있는 내용이어서인지 과거의 사실이 바뀌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자꾸 마음 속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