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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금송을 항일유적지에 심는 나라

튼씩이 2021. 5. 21. 21:19

일본산 금송을 항일유적지에 심는 나라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심었는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됐던 도산서원 내 금송(金松)이 서원 밖으로 쫓겨나게 됐다.”

 

2013811연합뉴스기사다. 경상북도 안동시에서는 도산서원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사적 보존·관리를 위해 도산성원 종합정비계획을 확정했는데 일본산 금송이 도산서원의 자연경관을 저해하기 때문에 서원의 매표소 밖으로 옮겨 보존한다는 내용이다.

 

기사는 이어 이 금송이 박정희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 앞에 있던 것을 옮겨 심은 것인데, 2년 만에 말라죽자 안동시에서 몰래 같은 나무를 구해와 같은 자리에 심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원래는 표지석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끼던 나무로 손수 옮겨 심었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문화재제자리찾기운동의 문제 제기로 40년 만인 201112동일 수종을 다시 식재했다는 내용의 표지석으로 교체되었다고 한다.

 

대관절 금송이 무엇이기에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일까? 금송에 관해 표준국어대사전낙우송과의 상록 침엽 교목. 높이는 15미터 정도이고, 1540개의 잎이 마다에 돌려나서 거꾸로 된 우산 모양이 되며, 밑 부분에 비늘잎이 있다. 꽃은 암수한그루로 3~4월에 피는데 암꽃은 가지 끝에 한 개, 수꽃은 작은 가지 끝에 여러 개가 핀다. 열매는 구과(毬果)이고 관상용으로 심는데, 일본 특산종이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언뜻 금송이라고 하면 황금소나무쯤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사실 금송은 소나무가 아니라 삼나무나 메타세쿼이아 같은 낙우송과에 속하는 나무다. 일본말로는 고야마키라고 하는데 예부터 일본인들이 신성하게 여겨온 나무로, 일왕의 기념식수 때 즐겨 심을 정도로 일본을 대표하는 나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금송이 충청남도 아산 현충사와 금산 칠백의총을 비롯해 경상북도 안동 도산서원에서도 4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행히 뜻있는 사람들이 금송이 있어야 할 위치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상진 경북대학교 명예교수는 201178한겨레에서 당장 금송을 베어내서 없애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위치가 너무 민망한 자리에 있으니 조금 옆으로 옮기자는 주장이다. 현충사의 금송은 본전 오른쪽에 있어서 나무가 자라면 이순신 장군의 영정에서 항상 내려다보이는 곳이고, 칠백의총의 경우 사당인 종용사 바로 앞에 있어서다. 특히 칠백의총은 임진왜란 때 전사한 조선 의병 700인의 혼을 모신 곳이고,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파괴한 비석을 모아서 만든 우리의 가장 뼈아픈 항일 역사 현장이기도 하다. 이런 곳의 금송을 조금 옮겨 심는다고 문화재청에서 말하는 대로 문화적인 값어치가 결코 손상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금송을 옮겨 심을 것을 제안했다.

 

 

문제는 금송이 정원수로 꾸준하게 인기를 끌고 있어 언제 더디에 또 심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조선식물명휘조선식물향명집에 금송에 관한 기록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금송의 유입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는 예부터 소나무를 비롯해 좋은 나무들이 많았는데, 왜 하필 일본 특산인 금송을 모셔가며 심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것도 이순신 장군의 사당이 있는 현충사 같은 곳에 말이다. 나무 하나라도 의미를 생각해 가려 심었으면 한다.

 

-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 이윤옥 지음,  8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