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초·중등학교 교사 앞 화단에는 가이즈카향나무가 가지런히 심어져 있었지. 학교뿐만 아니야, 읍사무소나 군청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나무가 일본 향나무였어. 가지치기를 잘 해두면 볼만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가이즈카향나무가 없는 곳이 없었지.”
지금은 돌아가신 나의 삼촌은 초등학교 교사를 지냈는데, 과거 초등학교는 물론 관공서마다 심어져 있던 가이즈카향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가이즈카향나무는 국립현충원과 국회의사당까지 진출했는데 그 심각성은 2013년 8월 15일 『뉴시스』의 「안민석 “국회·현충원 내 일 특산나무 제거해야”」라는 가사에서 잘 드러난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15일 제68주년 광복절을 맞아 일제의 잔재 청산을 위해 국회의사당에 있는 일본 가이즈카향나무 제거를 주장했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국회의사당 본청 정문에 심겨진 두 그루의 나무, 본청 주변의 조경수가 일본 가이즈카향나무로 판명됐다’며 ‘국회 본청 정문 앞의 가이즈카향나무를 우선 제거하고, 소나무 같은 우리 전통 수종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국립현충원에 있는 일본 특산 나무들의 청산도 주장했다. 국회가 지난 6월 접수한 ‘국립현충원 일본 수종 제거에 과나한 청원’에 따르면, 서울현충원에는 가이즈카향나무 846그루 등 일본 특산 나무 총 1,527그루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애국지사 묘역 등에는 가이즈카향나무, 노무라단풍 등이 가로수로 심어져 있었다.”
그런가 하면 2014년 10월 22일 『서울신문』에는 「한국 학교 점령한 일본산 향나무」라는 기사도 실렸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21일 대구 지역 100개 국공립 학교 중 56곳에 가이즈카향나무가 심어져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다.……대구 지역 총·중·고고에 모두 1,017그루가 식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지역 학교별 수목 현황은 현재 전수조사 중이어서 가이즈카향나무 식재 학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가이즈카향나무는 일본의 대표 조경수로 ‘왜향나무’ 혹은 ‘나사백’이라고 불린다. 일제강점기인 1909년 1월 이토 히로부미가 대구를 방문했을 때 달성공원에 2그루를 기념 식수한 것을 계기로 주민 거주지는 물론 행정관청, 학교 등에 집중적으로 심어졌다.” 호국 영령이 잠든 국립현충원,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의사당, 초·중·고교 교정, 관공서 등 그야말로 온 나라가 일본의 가이즈카향나무에 둘러싸여 몸살을 앓고 있다.
『두산백과사전』은 가이즈카향나무를 나사백과 같은 나무로 보고 “높은 산에서 자란다. 원줄기는 곧게 서고 가지는 검은빛을 띤 갈색이며 어린 가지는 녹색이며 나선 모양으로 뒤틀린다. 잎은 마주나거나 촘촘히 돌려나며 비늘잎뿐이고 바늘잎이 없다. 꽃은 2가화 또는 1가화이다. 수꽃은 원통처럼 생긴 작은 이삭에 달리고 암꽃은 번갈아 마주달린 비늘조각 안에 달린다. 열매는 핵과이며 1~6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향나무의 변종으로 관상용으로 널리 심는다. 일반적으로는 일본 명칭인 가이즈카를 그대로 쓴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가이즈카향나무는 『조선식물명휘』와 『조선식물향명집』에는 보이지 않아 그 유입 시기를 알기 어렵지만 어느새 한반도 곳곳을 점령하고 있다. 『조선식물향명집』에는 향나무 종류로는 향나무, 누운향나무, 섬향나무, 곱향나무 4종이 소개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는 가이즈카향나무가 들어오기 전에도 향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창덕궁에는 수령이 750년 된 향나무가 있으며 이에 못지않게 오래된 향나무도 많다.
2010년 9월 13일 문화재청 보도 기사를 보면 “제7호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부러진 창덕궁의 향나무(천연기념물 제194호) 가지를 종묘제례와 기신제 등 궁릉 제사에 사용토록 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부러진 나뭇가지 하나 허투루 버리지 않을 만큼 향나무는 귀중하게 다뤄져왔다.
그런데 어쩌다 우리 향나무 대신 일본의 가이즈카향나무에게 뜰을 내주었는지 안타깝다. 지금이라도 500년 된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 양지리 향나무(천연기념물 제232호), 300년 된 경남 밀양 무안리 향나무(경상남도 기념물 제119호), 300년 된 경기 가평군 상면 연하리 향나무(경기도 기념물 제61호) 등 전국 곳곳에 수백 년 된 향나무들이 씩씩하게 자라고 있음을 기억했으면 한다.
-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 이윤옥 지음, 200~203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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