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궁궐을 둘러보면 동물 석상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 동물상들은 각기 형태가 다양하며, 주로 왕실의 권위와 위엄, 법과 정의, 방위신 등을 상징합니다. 우정사업본부는 조선 5대 궁궐 중 하나인 경복궁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동물 석상을 주제로 ‘궁궐의 신비로운 동물’ 기념우표를 발행합니다.
조선 전기에 창건되어 정궁으로 이용된 경복궁에는 구석구석 다양한 동물 석상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경복궁의 정전으로 쓰였던 근정전은 왕의 즉위식이나 세자 책봉식, 공식적인 조회 행사 등 국가의 중대 행사가 열렸던 곳입니다. 근정전 앞에는 ‘월대’라고 불리는 넓은 단이 있는데 두 단으로 구성된 월대 계단과 난간을 따라 무려 58마리의 동물 석상이 있습니다. 이 중 상월대(2층)의 전후좌우에는 왕을 수호한다고 알려진 ‘방위신’을 상징하는 사신(四神)상이 있습니다. 동쪽에 자리한 용은 동양의 고대 전설에 등장하는 동물로 봉황, 기린, 거북과 함께 사령(전설 속 네 가지 신령한 동물)에 속합니다. 이곳엔 특별히 동쪽을 나타내는 청룡 석상이 있는데, 사신으로서 동쪽 방위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은 근엄한 표정을 하고 있는 해치 한 쌍이 지키고 있습니다. 해치는 뛰어난 판단력과 예지력을 가진 상상의 동물로서 사람 사이 다툼이 있을 땐 이치에 어긋난 자를 머리의 외뿔로 들이받는다고 합니다. 해치상은 법을 상징하며, 태평성대를 이루려는 조선왕조의 통치이념을 담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이 해치상이 현재의 위치가 아닌 관청이 있는 육조거리를 바라보는 위치에 서서 관리들의 청렴결백을 독려하는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경복궁 근정전 서북쪽 연못 위에 있는 경회루는 나라에 경사가 났거나 사신이 왔을 때 연회를 베풀던 누각으로 이곳에선 기린을 볼 수 있습니다. 기린은 중국의 전설 속 동물로 ‘인수(仁獸)’라고 부를 만큼 모든 동물 중에서도 으뜸이자 성인(聖人)이 태어날 것을 암시하는 신성한 동물이라고 합니다. 경회루 다리 난간의 남쪽 끝에서 볼 수 있는 이 기린 역시 인(仁)을 상징하는 석상입니다.
근정전 상월대 사신상 중에서 정면에서 바로 볼 수 있는 동물은 주작입니다. 얼핏 닭처럼 보이기도 하는 주작은 붉은 새를 총칭하는 서수(瑞獸: 길함을 뜻하는 동물)로서 주조, 주오, 적오라고도 불립니다. 주작은 키가 6척이나 되면서도 하늘을 날 수 있는 거대한 시조(翅鳥)답게 힘찬 모습으로 표현되곤 합니다. 귀신을 물리치고 장생불사의 의미를 담고 있는 주작 역시 사신으로서 남쪽 방위를 지키는 동물입니다.
이들 동물 석상은 모두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복원했던 1860년대에 제작하였습니다. 이번에 발행한 우표를 통해 신비로운 동물들을 살펴보고 실제로 경복궁을 거닐며 500년 조선왕조의 위엄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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