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음식을 먹은 후에 “양이 찼느냐?” 또는 “양에 찼느냐?” 하고 묻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때의 ‘양’은 분량을 나타내는 한자말 ‘량(量)’이 아니다. 이 ‘양’은 위장 가운데 위에 해당하는 우리말이다. 그래서 “양이 찼느냐?” 하는 것은 ‘위가 찼느냐?’, 즉 ‘배가 부르냐?’ 하는 뜻이다. 이 말을 “양이 찼다.”라고 표현하면 ‘내 위가 음식물로 가득 찼다.’는 뜻이고, “양에 찼다.”라고 말하면 ‘내가 먹은 음식물이 내 위에 가득 찼다.’라는 뜻이 되므로, “양이 찼다.”, “양에 찼다.” 둘 다 어법에 맞는 표현이 된다.
그런데 현대국어에 와서 우리말 ‘양’은 사람에게서 떠나 짐승―특히 소의 위를 가리키는 용어로 굳어졌다. 우리 몸의 장기에 관한 순 우리말들은 대부분 짐승에게로 옮겨가고, 우리 몸에는 한자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가령, 순 우리말 ‘허파’, ‘염통’, ‘콩팥’ 들은 어느 틈에 동물에게 넘겨주고 사람에게는 ‘폐’, ‘심장’, ‘신장’이라는 한자말을 쓰고 있다. 서운하고 안타깝다.
소의 위를 ‘양’이라고 하기 때문에, ‘양구이’라고 하면 소의 위를 구운 요리를 말한다. 양구이를 파는 집에 가면 ‘양곱창’이란 말도 들을 수 있는데, 곱창은 소의 작은창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니까 ‘양곱창’은 소의 위와 작은창자를 함께 이르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막창구이’를 파는 집도 많이 볼 수 있다. 소의 네 개의 위 가운데 네 번째 위는 많은 주름이 겹쳐 있는 모양인데, 이 ‘주름위’를 달리 ‘막창’이라 부르고 있다. ‘막창구이’는 바로 이 부위를 구워 낸 요리이다.
출처: https://www.urimal.org/449?category=411632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아, 그 말이 그렇구나-65] 성기지 운영위원 2014.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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