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는 열세살이다.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언니를 위해 언니와 세포조직이 완전히 일치하는 특정 배아를 가진 아이로 태어나, 아픈 언니를 위해 제대혈을 시작으로 림프구, 과립구, 골수를 기증하고 끝내는 신장 이식까지 해야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안나는 의료해방을 위해 부모를 상대로 고소를 한다.
두 딸이 모두 소중하지만 아픈 큰 딸을 위해 둘째의 희생을 요구하는 부모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의료행위에 저항하는 안나의 이야기로 진행되어 지지만, 안나가 고소한 진짜 이유는 언니를 살려야 한다는 의무감에서의 해방감이 아니고 평생을 자신에게 의지해 살 수 밖에 없는 언니가 안타까워서 그렇게 살고 싶어하지 않는 언니의 바람을 들어주고 싶어서였다.
소송은 안나의 의료해방으로 끝이 나지만 소설은 비극 - 단지 내가 생각하는, 소설의 결론이 더 현실적으로 비쳐질 수도 있겠지만 -으로 끝을 맺는다.
"십 년 후에도 난 언니의 동생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안나의 마음이 가슴에 와 닿는다.
2010. 0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