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을 당해 미치고서도 딸을 낳아 기른 김선영의 헌신적인 사랑과 엄마의 지독한 사랑이 싫어 도망치듯 결혼하고 오갈 데 없는 엄마를 정신병원에 버린 딸 김영주의 아픈 성찰, 그리고 엄마와 할머니의 상처를 이어받아 우울증을 앓는 천재 소녀 이닻별, 이 세 여자의 이야기다.
작가들은 참 독하다. 어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을까? 한없는 사랑과 끝없이 이어지는 자기 학대는 참 이해하기 어렵다. 머리로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실제로 할 수 없음에 글로 풀어내는 걸까? 아니면 현실에 있는데 내가 모르는걸까? 나이 들어가면서 책을 보며 눈물 흘리는 일이 많아져 재미있고 밝은 책을 읽어야겠다 하면서도 떨쳐내지 못하고 다시 손에 잡은 까닭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쳐내야만 했다.
사랑을 해 본 사람이면 사랑에 이유가 없다는 걸 잘 알거든요. 그 사람이 똑똑해서도, 그 사람이 예뻐서도, 착해서도 아니에요. 그저 그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거지. 이유 같은 건 없어요. 이유가 있는 사랑이라면 그 이유가 사라지면 사랑도 없어질 테니까. 그런데 애초에 이유가 없다면 사랑도 사라질 수 없겠죠. - 176쪽 -
그 사람 때문에 제 심장이 뛰는 겁니다.
그 사람을 위해서 제 심장이 뛰는 겁니다.
그 사람이 있기에 제 심장이 뛰는 겁니다.
그 사람은 제 심장의 진짜 주인입니다.
이제 진짜 주인에게 제 심장을 돌려주고 싶습니다. - 369∼370쪽 -
도저히 그 사람이 텅 빈 가슴으로 떠나게 둘 수는 없었다. 인턴 이후로 해 본 적이 없어서 서툴렀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기 싫어서 혼자 해야 했지만, 눈물 때문에 앞이 잘 안 보여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내가 그 사람을 위해 마지막으로 해 줄 수 있는 단 한 가지 일이었으니까 내 손으로 직접 하고 싶었다. 그래서 네 심장을 엄마 가슴에 넣고 꿰매 줬다. 그렇게 사랑하던 딸년 심장 가져가니 행복한 모양이더라. 그렇게 사랑하던 딸년한테 심장 주고 가니 행복한 모양이더라. - 380∼38쪽 -
'사진이 있는 이야기 > 책을 읽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궁궐과 왕릉, 600년 조선문화를 걷다 - 오정윤 외 (0) | 2022.03.12 |
---|---|
바보엄마2. 닻별이야기 - 최문정 (0) | 2022.03.07 |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옌롄커 (0) | 2022.03.03 |
죄수와 검사 - 심인보, 김경래 (0) | 2022.02.26 |
소설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나쁜남자 편 - 최문정 (0) | 2022.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