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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궁중음악의 종류와 특징 - 제례악

튼씩이 2022. 5. 30. 07:54

조선 궁중음악의 종류와 특징

 

서 인 화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

 

1. 제례악


   1) 종묘제례악
   2) 문묘제례악


2. 연례 등의 의식음악


   1) 당악: 낙양춘과 보허자
   2) 정읍 계통
   3) 여민락 계통
   4) 영산회상 계통
   5) 자진한잎 계통


3. 군례악: 대취타

 

 

조선시대 궁중음악은 의식에 따라 제례악, 연례 등의 의식음악, 군례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연원에 따라서는, 향악, 당악, 아악으로 구분된다. 향악은 당나라, 즉 중국에서 들어온 당악에 대하여 그 이전부터 있던 음악과 그 양식으로 된 음악을 말한다. 아악은 고려 때 중국 북송의 휘종 황제가 대성아악을 보내면서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고, 음양오행의 상징을 담아내고 있다. 당악과 향악적인 음악들은 큰 편성의 악대가 연주하는 경우 반듯이 박을 쳐서 격식을 갖추어 연주되며, 변주를 거듭하며 왕실의 위엄을 드러내도록 장엄하고도 예술적인 멋이 넘치는 음악이 되었다. 하나의 악곡에서 여러 갈래의 음악이 파생되었고, 공간적으로도 궁중에서 민간으로 다시 궁중으로 들어가기도 하는 변화를 거쳐왔다.

 

궁중음악은 대체로 조선시대에 장악원(掌樂院) 악사들이 주로 담당하여 연주했다. 장악원은 일제강점기 이왕직아악부로 축소되었고, 해방 후 구왕궁아악부를 거쳐 1951년 국립국악원이 개원하여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궁중음악으로 분류되는 곡들 중에는 본래 궁중에서 연주되었으나 후에 민간으로 발전하거나, 조선 말기에 궁중에 수용되어 연주된 것들도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경우를 포함하여 포괄적으로 의식에 따른 분류에 따라 궁중음악의 종류와 특징을 알아보고자 한다.

 

 

1. 제례악

 

조선시대에는 하늘에 제사지내는 원구제, 땅과 곡식 신에 지내는 사직제, 돌아가신 왕과 왕비에 지내는 종묘제, 공자를 비롯한 유교의 성현들에게 지내는 문묘제, 농사신에 지내는 선농제, 누애치기를 위한 선잠제, 비를 기원하는 우사, 사도세자를 위한 경모궁제례 등이 있었다. 이러한 제례들은 일제강점기에 들어와 대개 폐지되었고, 이 중에서 종묘와 문묘제례가 가장 오래 연주 전통을 유지해오고 있고 최근에는 사직단에서도 제례를 지내고 있다. 종묘와 문묘 제례는 각각 대사와 중사에 속한 중요한 제사로서, 가무악(歌舞樂)이 모두 수반되었다. 다른 종교의식과 마찬가지로 신을 영접하여 음식과 술을 올리고 나서 보내드리는 순서로 되어 있다.

 

1) 종묘제례악

 

종묘제례악은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연행하는 가무악(歌舞樂) 일체를 가리킨다. 종묘에는 태조 이성계의 고조부부터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가 모셔져 있다. 악대는 넓은 종묘의 댓돌 위 등가와 댓돌 아래 헌가로 나뉘며 교대로 연주한다. ()는 그 중간에 위치한다. 종묘제례 는 영신(헌가), 전폐(등가), 진찬(헌가), 초헌(등가), ·종헌(헌가), 음복, 철변두(등가), 송신(헌가), 망료의 순서로 진행된다. 종묘제례악은 조상의 문덕을 칭송하는 보태평(保太平之樂)과 무 공을 기리는 정대업(定大業之樂)을 주로 하며 이는 각각 평조와 계면조의 5음음계이다. 또한 진찬, 철변두, 송신에서 7음음계의 풍안지악, 옹안지악, 흥안지악을 연주한다. 이 세곡은 같은 선율인데 가사만을 달리한다. 보태평은 희문, 기명, 귀인, 형가, 집녕, 융화, 현미, 용광정명, 중광, 대유, 역성의 11곡으로 구성된다. 정대업은 소무, 독경, 탁정, 선위, 신정, 분웅, 순응, 총유, 정세, 혁정, 영관의 11곡으로 구성된다.

 

절차의 순서대로 보면, 영신례에서는 보태평 중의 첫 곡 희문을 9번 연주하는데 이를 구성(九成)이라고 한다. 이것은 사람에 대한 제사, 즉 인신제(人神祭)의 특징이다. 전폐례에서는 희문을 길게 늘린 전폐희문을, 진찬에서는 풍안지악을, 초헌에서는 보태평을 다시 희문부터 역성까지 연주하고, 아헌과 종헌에서는 정대업을, 음복에서는 음악이 없고, 철변두와 송신에서는 각각 옹안지악과 흥안지악을 연주한다. 의례에서 부르는 노래를 악장(樂章)이라고 하는데 한문시로 된 악장을 가사 전달이 잘 되도록 받침을 바로 붙여 발음을 정확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

 

제례에 수반되어 무용은 열을 지어 춘다는 뜻으로 일무(佾舞)라고 한다. 일무는 보태평지무(保太平之舞)인 문무(文舞)와 정대업지무(定大業之舞)인 무무(武舞)로 구성된다. 황제격인 여덟 줄의 팔일무(八佾舞)를 춘다. 문무를 출 때는 왼손에 고대 관악기 약()을 들고, 오른손에 꿩 깃털을 묶어 매듭을 드리운 적()을 들고, 무무를 출 때는 오른손에 나무로 만든 창이나 칼을 든다.

 

보태평과 정대업은 고려가요와 고취악에 기해서 세종대왕이 만든 것으로, 조선조 초기에는 종묘제례시에 고려조에 들어온 아악을 연주하다가 세조대부터 세종대에 만든 보태평과 정대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악기 편성에 세종대에 최초로 국내에서 자체 제작하기 시작한 편종과 편경, 동쪽에 푸른색의 축()과 서쪽에 흰색 호랑이 모양의 어() 등의 상징적인 아악기, 음악의 시종과 변화를 표시하는 박과 당피리 등의 당악기, 대금 등 향악기가 고루 들어간다. 피 리는 향피리가 아니라 좀더 음량이 큰 당피리를 사용한다.

 

제례악은 악작(樂作: 음악 시작)과 악지(樂止: 음악 멈춤)에 일정한 형식이 있다. 등가에서는, 집사가 휘를 들라는 뜻으로 드오하면 박을 치고 이어 축을 세 번 친 후에 절고를 한번 치는 것을 세 번 반복한다. 그런 후에 박을 다시 한번 쳐서 시작한다. 음악을 끝낼 때는 집사가 휘를 내리라는 뜻으로 지오하면 박을 세 번 친 후, 어와 절고를 세 번 씩 친다. 헌가의 경우, 아헌례에서 악작은 진고를 열 번 친 후에, 초헌례 악작과 같은 형식으로 박을 치면 이 어축을 세 번 친 후에 진고(초헌례에서는 절고 사용) 한번 치는 것을 세 번 반복한다. 악지는 등가에서와 같다(악기만 절고 대신 진고 사용). 그러나 종헌례의 악작은 아헌례의 악작을 축소하여 진고를 세 번 치고 박을 한번 친다. 악지는 박, 진고와 어를 세 번 씩 치는 것은 같으나, 후에 징(大金)을 열 번 울려서 끝낸다.

 

종묘제례악은 장엄하고 엄격한 형식으로 되어 있으면서도 부분적으로 박을 자유롭게 느리고 줄여가며 역동적인 흐름을 만들어낸다. 정대업의 경우, 유율타악기인 편종과 편경 등이 황종(C’)으로 연주할 때 악장과 관악기는 약 장 2도 낮은 무역(b)을 연주하는 등 선율간의 음고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긴장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소무, 분웅, 영관에서는 태평소를 더하여 장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2) 문묘제례악

 

문묘제례는 공자 이하 성현의 위패를 모신 문묘의 대성전에서 거행한다. 문묘는 공자의 시호인 문선왕(文宣王)을 위한 사당이라는 뜻이다. 문묘제례를 석전제(釋奠祭)라고도 하는데, 석전이란 ()를 놓고()()를 올린다()’는 뜻이다.

 

악대는 대성전의 댓돌 위 등가와 댓돌 아래 헌가로 나뉘며, ()는 그 중간에 위치한다. 일무는 문무 열문지무(烈文之舞)와 무무 소무지무(昭武之舞)로 구성된다. 문무를 출 때는 종묘제례에서처럼 왼손에 약()을 들고, 오른손에 적()을 들고, 무무를 출 때는 종묘제례에서와 달리 왼손에 방패(), 오른손에 도끼()을 든다.

 

문묘제례는 영신(헌가), 전폐(등가), 진찬, 초헌(등가), 의식없이 연주만 하는 공악(空樂) 및 아·종헌(헌가), 음복, 철변두(등가), 송신(헌가), 망료의 순서로 진행된다. 문묘제례악은 세종대에 원나라 임우의 대성악보에 실린 곡을 바탕으로 정비한 것이다. 5음 음계인 종묘제례악 보태평, 정대업과 달리 7음 음계이다. 4()1구를 이루며 8악구가 한 곡을 이룬다. 11음으로, 각 음의 끝을 살짝 들어 올리며 연주한다. 원곡인 황종궁을 중려궁, 남려궁, 이칙궁, 고선 궁으로 조옮김한 다섯 곡이 있다. 이 곡들은 단순한 조옮김의 결과가 아니라, 아악의 음역이 황종(C’)부터 청협종(淸夾鍾, d#”)까지 124청성(옥타브 위음)으로 제한되어 그 범위를 벗어나서 청협종 보다 높아지면 한 옥타브 아래로 낮추어 연주하기 때문에 다른 곡으로 인식된다. 이밖에 송신례에서 연주하는 송신 황종궁이 있는데 이 곡은 다른 선율로 되어 있다. 모두 주음()으로 시작해서 주음으로 끝나며 하행종지 한다.

 

절차의 순서대로 보면, 영신례에서는 응안지악을 황종궁 3(), 중려궁 2, 남려궁 2, 이칙궁 2성 모두 9성 연주한다. 전폐(명안지악)와 초헌(성악지악)은 남려궁, 공악(서안지악), ·종헌(성안지악)은 고선궁, 철변두(오안지악) 남려궁, 송신(응안지악?)은 송신황종궁이다.

 

악기 편성은 종묘제례악과 달리 지휘자의 악기에 해당하는 박() 외에는 모두 아악기만을 사용한다. 아악은 우주의 여덟 가지 재료에 따른 팔음(八音: , , , 대나무, 바가지, , 가죽, 나무)의 악기를 두루 갖추어 연주한다. 음양오행 사상에 따라 동쪽에는 음악의 시작에 연주하는 축과 특종, 서쪽에는 음악을 마칠 때 연주하는 어와 특경 등을 배치한다. 등가에는 금, 슬 등의 현악기가 편성되는데 반해, 헌가에는 진고, 노고, 노도 등 북이 다양하게 편성된다. 이 중에 노고와 노도는 북통이 붉은색이며 북면이 4면인데, 이것은 문묘악이 인신제이기 때문으로, 검은 북통에 북면이 6면인 천신제 원구제례악의 뇌고와 뇌도, 그리고 노란 북통에 북면이 8면인 지신제 사직제례악의 영고와 영도와 구분된다.

 

등가에서 음악을 시작할 때는 집사가 드오하면 박, 특종을 치고, 축을 세 번 치는 사이에 절고를 세 번 치고 마지막으로 박을 한 번 친다. 마칠 때는 집사의 지오소리에 박을 세 번 치면서, 특경, 절고, 어로 끝낸다. 헌가에서 음악을 시작할 때는 집사의 드오소리에 첫 박을 친 다음, 노도를 세 번 돌린 다음 축, 노고, 진고를 세 번 울리고 박을 다시 한 번 친다. 음악을 끝낼 때는 집사의 지오소리에 박, 노고, 진고, 어를 세 번 친다.

 

음악적 구성이 단순한 문묘제례악은 고전 악기에 기록된 큰 음악은 쉽고(大樂必易) 큰 예절은 간략하다(大禮必簡)’는 아악의 이상형을 구현하고 있다고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