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점자로 쓴 다이어리 - 김성은

튼씩이 2022. 10. 10. 09:47

 

김성은 작가는 8세에 녹내장 발병으로 시력을 잃어가기 시작해서 18세에 양안을 실명하였으며, 대학에서 특수교육학을 전공한 후 지금은 전라북도 익산에서 맹아학교 특수교사로 재직중이다.

일반인으로 살다가 장애로 인해 다른 삶을 살아가는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장애로 인해 아이에게 제대로 된 육아를 해 주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 자신과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남편에 대한 사랑과 애증, 성인으로 자랐음에도 여지껏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자식의 마음, 장애 엄마로 인해 일찍 커버린 아이에 대한 미안함 등을 풀어내고 있다.

자신의 장애로 인해 아이에게 불편함을 주고 제대로 된 육아를 하지 못해 주는 부모의 마음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부모의 장애 때문에 어려서부터 일반인과는 다른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아이가 안스럽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마침 책을 읽는 중간에 '코다'라는 영화를 봤는데, 부모와 오빠가 청각 장애인인 집안에서 혼자서만 듣고 말할 수 있는 주인공이 겪으면서 느끼는 상황이 일반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과 다르게 일찍 세상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마음 속 깊이 와 닿았다.

 

 

미혼일 때에는 불이 켜졌는지 꺼졌는지만 확인하면 되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나서는 문제가 달라졌다. 유주가 100일도 되기 전 기억이다. 잠에서 깬 아이가 갑작스럽게 울어서 당황한 일이 있었다. 아무리 달래도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이상했다.

친정 아버지가 전등을 켜자 아기는 거짓말처럼 울음을 뚝 그쳤다. 미안했다. 불 켜 달라고 그렇게 운 것을 알아채지 못한 내 신세가 서글펐다. - 146쪽 -

 

수필은 소리 내어 통곡하기보다는 슬픔을 안으로 삭이는 문학이다. 수필은 기쁨을 활짝 드러내기보다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게 하는 글이다. 수필은 분노를 폭발시키기보다는 조용히 잠재우는 글이다. 수필은 고독을 천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안으로 스며들게 하는 글이다. - 266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