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소소소(小素笑) - 윤재윤

튼씩이 2022. 10. 24. 12:55

 

 

 

삶에 속아서, 사람에 속아서 우는 사람 곁에서 함께 울어주던 윤 판사, 『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로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울렸던 지은이가 『소소소小素笑 진짜 나로 사는 기쁨』으로 다시 찾아왔다. 이번 책에는 30년 법복을 벗고 변호인이 된 지은이가 지난 몇 년 동안 ‘나라는 존재’와 ‘우리의 삶’에 대한 더욱 깊어진 사유와 통찰을 보여주는 60편의 글을 모았다.

스마트폰과 SNS가 너무 많은 정보와 너무 촘촘한 인간관계를 우리 앞에 들이대는 시대, 정보의 쓰나미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리고 ‘진짜 나’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지은이는 디지털/아날로그의 이분법 대신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삶’을 권한다. SNS가 난무하고 온갖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이기 때문에 오히려 ‘가짜 삶’과 ‘진짜 삶’, 말하자면 ‘본질적인 삶’과 ‘비본질적인 삶’에 대한 깊은 사유가 필요함을 나직하게 역설한다.  - yes24 책소개에서 -

 

 

(작을 소). 이는 적을()의 뜻도 갖고 있다. ‘조심하다라는 뜻도 있단다. 작게, 적게, 조심스레 마음먹고 행하라는 의미이겠다.

(본디 소). ‘꾸미거나 덧붙이지 아니하다’, ‘바탕’, ‘질박의 뜻이다. 아무런 빛깔도 없다는 의미에서 흰 빛깔을 뜻하기도 한다. 생긴 대로, 본바탕대로, 꾸미지 않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나타낸다.

(웃음 소). 이 글자를 파자하면 대나무()에서 나는 소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중 하나가 웃음이다. 웃음은 단순히 웃기는 일이 생겨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을 수 있는 마음이 갖추어졌을 때에야 가능하고, 깊은 데서 터져 나오며, 이때 마음이 아래에서 위로 열린다. 아무리 짧은 웃음도 그 순간 하늘의 느낌을 갖게 한다(너무 짧아서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소소소. 네이버 국어사전에 의하면 이는 순우리말인데 바람이 아주 부드럽게 부는 모양을 뜻한다고 한다. 작게, 본디 바탕대로, 웃으며 사는 모습이 바람이 부드럽게 부는 모양과 같지 않을까. 대나무 숲에 바람이 불 때 소소소소리가 나는 것처럼. - 67-

 

물에 달걀을 넣고 가스 불을 켠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즉시 가스 불을 끄고 냄비 뚜껑을 덮은 뒤 7분 동안 기다린다. 그 후에 식혀서 먹는다. 반숙을 원하면 기다리는 시간을 7분 아래로 적당히 조절한다. - 196-

 

일은 크거나 작거나 신중하게 하여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작은 일을 함부로 하게 되면 큰일도 함부로 하게 된다. 큰일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은 작은 일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 - 206-

 

큰 연못은 대가가 너무 클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같은 조건에 있는 사람들과 비교하는데, 이는 명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경쟁이 덜 치열한 분위기에서는 느끼지 않을 부담감을 떠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큰 연못은 정말로 뛰어난 학생들을 데려가서는 이들의 기를 꺽어버린다. 단점처럼 보이는 것에 실로 얼마나 많은 자유가 있는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은 작은 연못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중에서 - 210-

 

영웅은 상당 부분이 시대의 산물이고, 내면은 자신의 고유한 것이다. 내면을 드러내는 외면이 그려져야 진정한 초상이 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처칠의 초상에서는 당당함, 강인함과 아울러 쓸쓸함과 회한도 담길 것이다. 위대함과 허약함은 함께하는 것이며, 삶은 아주 복잡하고 미묘한 것 같다. - 253-

 

아우구스티누스는 죽음 앞에서만 인간의 진정한 자아가 태어난다.”고 말했다. 또한 질병, 이별, 깊은 상처, 은퇴 등 고통스러운 경험이 삶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삶의 일상성이 깨질 때 내면의 정신이 깨어나는 것이다. 정신의 힘이 없으면 아무리 외적으로 화려해도 빈약한 거짓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 소설(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전하고 있다. - 274-

 

해방의 길은 포기하는 데 있다. 능동성이 아니라 수동성, 긴장이 아니라 이완이 새로운 방식이 되어야 한다. 책임감을 떨치고 잡은 손을 놓아라. 당신의 운명을 당신보다 훨씬 큰 것에 맡기고 결과에 무심해져라. 그리하면 완전한 내면의 평화뿐 아니라, 당신이 잃었다고 생각했던 것들까지도 당신을 찾아오리라. 무언가는 부서져야 한다. 타고난 단단함이 부서지고 녹아야 한다. - 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