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브레이크 다운 - B.A.패리스

튼씩이 2023. 3. 21. 17:33

 

 

 

폭우가 쏟아지는 여름밤. 위험하다는 남편의 경고를 무시하고 숲속으로 난 지름길로 차를 몰던 캐시는 멈춰 서 있는 차 안의 여자와 마주친다. 이상한 징후를 느꼈지만 왠지 모를 두려움에 그대로 지나쳐 가고, 집에 도착한 다음에는 신고하는 것도 잊어버린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 숲길에서 한 여자가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접한 캐시는 엄청난 죄책감에 휩싸인다. 게다가 그 사건 이후 말 없는 전화가 매일같이 걸려오기 시작한다. 누군가 계속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숨 막히는 공포감과 자신 때문에 그 여자가 죽었다는 죄책감 사이에서 정신은 피폐해져 간다. 점차 자신의 판단과 기억조차 믿을 수 없어진다. 의지했던 남편과 친구마저 지쳐가고, 결국은 스스로를 의심하는 상태에 이른 캐시는 어느 날 삶을 뒤흔들어놓는 진실과 마주한다.

 

이 책의 원제 ‘The Breakdown’은 ‘고장’이라는 뜻으로, 자동차나 기계의 고장뿐 아니라 사람의 정신적 문제도 가리키며, 흔히 정신적 붕괴를 가리키는 신경쇠약이라는 말에 쓰인다. - 402쪽 -

 

작가의 첫 작품인 『비하인드 도어』를 읽은 지 얼마 안 되어 비슷한 내용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읽는 내내 남편이 관련되어 있을 것-전작에서는 대놓고 남편이 주도했으나-이라는 느낌으로 계속 다가왔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가해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마음 여린 여주인공을 내세웠으며, 중반 이후 반격을 가하는 주인공의 모습 또한 유사하게 묘사하고 있다. 맞서 싸우지 못하고 마냥 좌절에 빠져 나락으로 떨어질 때는 지루함을 느끼게 하나, 중반 이후에는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 올려 끝날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묘한 끌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