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올라서 고사리 캐고 / 골짜기에 들어가 난초를 꺾네
옛 친구는 만리 밖에 있는데 / 산 높고 물 막혀서 가기 어렵네
꽃다운 향기 날로 사라지니 / 그릴 적마다 긴 한숨뿐
서로 헤어짐은 원망치 않지만 / 당초 사귄 것이 한스러울 뿐
오직 바다 위엔 달이 있으니 / 길이 두 사람의 마음 비추리
이는 실학자 홍대용(洪大容, 1731~1783)이 서른다섯 나이에 삼촌을 따라 중국 사신 길에 올라 사귄 중국 선비 반정균(潘庭均)을 그리며 지은 시입니다. 홍대용은 연경(북경)에 들어가 성연못ㆍ궁궐ㆍ인물ㆍ재화(財貨)를 자세히 관찰하였으며 사람들을 만나면 신발이 닳도록 찾아다니며 더불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유명합니다.
“을유년(1765) 겨울에 나는 삼촌을 따라 연경에 갔다. 압록강을 건너면서부터 보이는 것이 새로운 것이 없지는 않았지만 내가 크게 원하는 바는 하나의 아름다운 수재(秀才, 머리가 좋고 재주가 뛰어난 사람)나 마음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서 그와 더불어 실컷 이야기를 해 보고 싶은 것이었다.” 고 할 만큼 그는 적극적으로 중국의 선비들과 교류를 하였는데 그때 만난 이들이 엄성(嚴誠)ㆍ반정균(潘庭均)ㆍ육비(陸飛) 세 사람이며 이들과는 평생 의형제를 맺었지요.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조선과 청조(淸朝) 문인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12월 30일까지 실학자 홍대용이 항주 선비들과 우정을 맺으면서 주고받은 필담과 편지가 수록되어 있는 《담헌서》를 비롯해서 25종 133책의 고문헌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독서의 계절 가을에 이들 선비들의 정겨운 편지글을 보러 나들이 하는 것도 좋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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