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 2073

“그 메뉴는 안 되세요” 여전히 판치는 엉터리 존댓말

요즘 “화장실은 이쪽이세요”, “커피 5천 원이십니다”, “찾으시는 옷은 없으세요” 같은 엉터리 존댓말을 식당, 백화점 등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고객에게 공손히 말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람이 아니라 사물을 높이는, 일명 ‘사물 존칭’이다. 특히 백화점 판매 사원이 이런 표현을 많이 써 ‘백화점 높임말’이라고도 한다. 우리말은 대화할 때 상대에 따라 존댓말이나 편하게 반말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어를배우기 어려워하는 이유도 존댓말과 반말이 구분되어 있기 때문이다. 친절하게 응대하려다 어법에 어긋난 어색한 표현을 쓰는 현상, 우리말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강원도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물건을 사고 대금을 지불할 때 직원이“3만 원 되시겠습니다”라는 말을 “3만 원입니다”라는 바른 표현으로 ..

각양각색의 ‘매치 메이킹’, ‘상대 결정’으로 한 번에

‘매치 메이킹(match making)’은 한 가지 말로 다듬기가 쉽지 않은 용어다. 어떤 분야에서 사용되는가에 따라 적절하게 표현할 우리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전상의 뜻부터 보자. 에는 ‘대결 상대를 정하는 일’이라는 풀이가 올라있다. 영어사전에서는 ‘중매, 경기를 성사시키기’ 혹은 ‘(경기의) 대진표짜기’라고 설명한다(YBM사전, 동아프라임 사전). 한편 국립국어원의 새말 모임 회의 자료에는 ‘대화나 사업 등에서 상대방을 정하는 일’이라고 나와있다. 그러니까 ‘매치 메이킹’이란 말은 운동이나 게임 경기, 중매에도, 사업상 용어로도 두루 쓰이는 말이다. 이 말이 우리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은 온라인 미팅 상품을 소개한 2000년 기사에서다. “000는 개인정보와 이상형 정보를 기반으로 한 매칭률, ..

킬러 아이템? 핵심 상품!

국립국어원이 ‘킬러 아이템(killer item)’이라는 외국어를 ‘핵심 상품’이라는 우리말로 다듬어 발표할 즈음인 2023년 10월은, 마침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다가와 ‘킬러 문항’이라는 말이 한창 오가던 때였다. ‘킬러 아이템’과 ‘킬러 문항’. 둘 다 ‘킬러’라는 표현을 썼고, ‘결정적인 힘’을 가졌다는 뜻에서는 비슷하지만, 맥락은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킬러(killer)’의 뜻을 보자. 물론 사전상 첫 번째 의미는 ‘뭔가를 죽이는 사람, 살인자’라는 부정적 의미다. 하지만 바로 뒤이어 ‘매우 힘들거나 뛰어나서 죽여주는 것’이라는 풀이가 뒤따른다(옥스포드 영한사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킬러’라는 한글을 검색하면 배구의 주 공격수나 야구에서 특정 상대에게 승률이 높은 투수를 가리키는 말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