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415. 정유재란 때 일본에 끌려갔다 온 기록 《노인 금계일기》

튼씩이 2016. 10. 28. 13:34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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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10. 21.



국립진주박물관에는 보물 제311호 《노인 금계일기(魯認 錦溪日記)》가 있습니다. 이 책은 조선조 학자 금계 노인(錦溪 魯認, 1566∼1623)이 정유재란 때 의병으로 활동하다가 남원성 전투에서 왜병에게 붙잡혀 일본에서 2년 동안 포로생활을 하다가 명나라 사절단의 배로 도망해 북경을 거쳐 귀국하게 된 경위를 쓴 일기문입니다. 선조 32년(1599) 2월 22일부터 같은 해 6월 27일까지 약 4달 동안의 기록을 담고 있지요.

이 일기는 책의 앞뒤가 없어지고 글씨도 많이 훼손되어 읽기가 매우 힘들어 대체적인 정황만 알 수 있는데 그가 죽은 뒤 200여년이 지나 그의 7대 후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노인의 시문집인 《금계집(錦溪集)》 속에 이 사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일기는 또 중국에 머무는 동안 그곳의 학자들과 만나서 그들의 질문에 따라 한국의 교육, 과거, 재정, 군사, 문화, 풍속 등 여러 가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준 것이 일기에 쓰여 있어 시대상황과 정황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합니다.

중국에 표류했다가 살아온 기록으로는 최보(崔溥)의 《표해록(漂海錄, 1488년)》이 있으며, 일본에 포로로 갔다가 살아온 기록으로는 강항(姜沆)의 《간양록(看羊錄, 1656년)》과 정희득(鄭希得)의 《월봉해상록(月峯海上錄)》, 정호인(鄭好仁)의 《정유피란기(丁酉避亂記)》 등이 있습니다. 《노인금계일기》는 위의 기록들을 모두 한데 묶어 놓은 듯하다는 평이지요.

옛 얼레빗 (2012-10-31)



2405. 과학적 슬기로움이 담긴 한옥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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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겨레는 한옥이란 주거공간에서 오랫동안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한옥은 앞에 마당, 뒤뜰엔 정원을 두었지요. 또 마당에는 잔디를 깔거나 꽃, 나무들을 심지 않고 빈 공간으로 놓아둡니다. 우리 겨레의 슬기로움이 담겨있는 그 까닭을 알아볼까요.

그렇게 구조를 만든 가장 큰 까닭은 바로 자연을 활용한 과학적 삶의 슬기로움입니다. 마당을 빈 공간으로 놔두면 여름에 햇볕에 달궈져 뜨거운 공기가 만들어져 위로 올라갑니다. 이때 마당과 꽃과 나무가 있는 뒤뜰 사이엔 기압차가 생겨 바람이 불게 되지요. 그 바람은 대청마루를 빠르게 통과함으로써 시원하게 여름을 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니지요. 빈 공간의 마당은 수시로 다양한 삶의 형태가 전개되는 곳으로 다시 태어나곤 합니다. 우선 마당은 평소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집안에 행사가 있으면 행사장이 됩니다. 혼례가 있으면 혼례식장, 상사가 나면 장례식장이 되기도 하는 것이지요. 또 가을철 추수 때가 되면 마당에서는 타작을 하기도 합니다. 한 가지 더 마당은 조명장치의 구실도 합니다. 한옥은 처마가 깊어 처마 아랫부분이 어두워지지만, 마당에 반사된 빛이 처마 아래를 골고루 비춰주기 때문에 마당은 한옥의 조명장치가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에게서 멀어져가는 한옥 다시 되돌아볼 때입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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