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새미로, 시나브로, 달보드레... 학교 동아리 이름에서, 재밌게 읽은 소설 제목에서, 또는 가게 간판에서 많이 봤을 법한 순우리말 단어이다. 순우리말은 우리말 중에서 고유어만을 이르는 말로 단체의 이름을 정하거나 사람의 이름을 지을 때 그 의미가 예쁘고 소리가 듣기 좋아 많이 쓰인다. 최근에는 ’가온마을‘ 같은 마을 이름부터 ’ 나래교‘, ’아람찬교’ 같은 각종 다리의 이름까지 쓰는 곳이 많아졌다. 국가 기관, 스포츠 단체, 대학교 등에서 순우리말 사용이 늘어난 것처럼 중앙대학교에도 순우리말을 사용한 이름들이 많다.
어느 학교에나 순우리말을 사용한 동아리 이름은 있지만, 중앙대학교 동아리는 순우리말의 쓰임이 활발한 편이다. 수화봉 사 동아리 ‘손짓사랑’부터 민중가요 동아리 ‘누리울림’, 극예술 동아리 ‘타박네’, 율동 동아리 ‘새날지기’ 등 중앙대학교 서울 캠퍼스의 중앙동아리를 기준으로 할 때 약 여덟 개 중 하나가 순우리말 이름을 사용한다. 학교 동아리 이름에 순우리말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물음에 중앙대 수화봉사 동아리 ‘손짓사랑’의 한 동아리원은, “동아리 이름으로 영어 줄임말을 사용할 수도, 있어 보이는 한자어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순우리말 단어가 우리 동아리의 활동 목표와 방향성을 제일 아름답게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다른 동아리들도 그런 의도로 순우리말을 사용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단어 속 의미가 전통적이면서 예쁘고, 요즘엔 순우리말도 꽤 대중적이니 부담 없이 많이 쓰는 추세인 것 같다.”라고 답했다.
올해 10월에는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근방 흑석 한강공원에서 총장님과 함께 하는 ‘쓰담달리기’ 행사가 열렸다. ‘쓰담달 리기’는 산책이나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환경보호 활동 ‘플로깅’을 순우리말로 바꾼 것으로, 지역사회에 봉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중앙대학교는 작년 10월에는 반포 한강공원 일대에서, 11월에는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 근방 안성천 일대 에서 ‘쓰담달리기’ 행사를 마련했다. 매년 진행되는 행사에 순우리말 이름을 붙여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중앙대학교의 순우리말 사용은 학교 마스코트에도 드러난다. 중앙대학교의 마스코트는 청룡 캐릭터로 이름은 ‘푸앙’이다. ‘푸앙’은 청룡의 순우리말인 ‘푸르미르’와 ‘중앙대학교’에서 한 글자씩 따서 지은 이름으로, 청룡상이 세워진 지 50년 만에 깨어난 아기 청룡이다. 이 이름은 중앙대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한데, 어감이 귀엽고 아기 청룡이 “푸앙-”하는 소리를 낼 것 같다는 이유를 들곤 한다. 중앙대학교의 기숙사 이름인 블루미르홀의 ‘미르’ 또한 청룡의 순우리말에서 따왔다.
영어와 어려운 한자어를 배제하고 모든 이름을 순우리말로 짓기엔 한계가 있다. 순우리말의 특성상 단어를 보고 뜻을 바로 떠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우리말의 대중성을 키우는 것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대학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순우리말은 자라나는 청년층에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학교의 개별 동아리 이름부터 공식적인 행사 이름, 나아가 학교 마스코트 이름까지 순우리말로 지어졌기에, 중앙대학교 학생들이 훗날 사회에 나갔을 때 우리말에 조금 더 열린 자세를 보이지 않을까? 더욱 쉬운 우리말로, 더 아름다운 우리말로 사회를 바꿔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글문화연대 기자단 10기 강민주(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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