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밍”, “언택트”, “드라이브스루”를 뉴스에서 들었을 때 각각의 정확한 의미를 유추하기란 어렵다. “그루밍(길들이기)”이란 성범죄 용어 중 하나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는 등의 심리적 지배를 한 후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언택트”는 비대면, “드라이브스루”는 자동차에 탄 채로 쇼핑이 가능한 곳을 말한다. 누군가는 ‘이런 단어도 몰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말들이 뉴스와 같이 공공 분야의 일 을 민간에 전달하는 과정에 사용될 때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접하게 되는 공공 분야에서 예전부터 한자어가 많이 사 용되었는데 최근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까지 겹쳐 국민이 제대로 이해하고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공언어란?
‘쉬운 우리말을 쓰자’ 누리집에 따르면, 공공언어란 국가 경영과 사회 복리, 국민 생활 등 공익과 관련된 일을 다루면서 많은 이에게 두루 전해 질 것을 전제하고 공개적으로 쓰는 말이다. 한국의 공공언어는 한국어를 사용해야 하며 한국인들이 듣고 읽고 말하기에 어색하지 않도록 우리말답게 사용돼야 한다. 또한 공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평등한 언어여야 한다. 차별적인 내용이 담겨있거나 일부 계층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면 안 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공공언어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관공서의 문서나 정책 용어, 언론 등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에 이해하기 힘든 무분별한 외국어, 한자어 등이 아직도 많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어문화원연합회가 발표한 ‘공공언어에 대한 국민 의식 조사’에 따르면 ‘매우 이해하기 쉽다’고 답한 응답자는 고작 2.6%에 그쳤고 ‘보통이다’가 42.9%로 가장 많았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적인 정보에 다가갈 수 있어야 함에도 공공언어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국민을 위해 사용되지 않는다면 ‘공공’언어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 번에 모든 용어를 바꾸긴 어렵겠지만 조금씩이라도 한국어를 사용하고 어려운 용어나 외국어 대신 쉬운 한국어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공언어 순화에 앞장서는 ‘고양시
고양시는 지난해 9월 외국어나 어려운 행정용어를 남발하며 생기는 시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언어 개선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쉬운 행정용어 사용 방법 교육을 진행하며 민원 서류, 보도자료 등에 과도하고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외국어나 한자어를 순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3달 뒤인 지난해 12월에는 ㈜플렉시스와 공공언어 개선 시범사업 협약을 맺었다. ㈜플렉시스가 자체 개발한 화면 기술로 고양시 공식 누리집 게시판 속 어려운 공공언어를 쉬운 우리말로 다듬어 보여주는 사업이며 이는 1월 중 선보일 예정임을 밝혔다. 고양시의 공공언어 순화 노력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사)우리말진흥원이 선정하는 ‘공공문장 바로쓰기 자치단체 대상’에서 2020년에 고양시가 교육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공공언어 속 한자어뿐만 아니라 외래어와 외국어가 사용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주요 사업에서 소외되는 국민이 발생하는 문제가 커짐에 따라 쉬운 우리말로 공공언어를 개선하며 국민의 편리한 생활과 공공 분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고양시의 목표다.
공공언어는 시, 도, 나아가 국가의 소식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맡은 언어다. 그렇기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함이 가장 중요하며 평등한 언어여야 한다. 많은 이들이 외국어 사용이 소위 ‘있어 보이고 전문적인 느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공공언어는 달라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정확한 용어 이해로 국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이나 지원을 받기 위해서 공공언어의 순화는 꼭 필요하다. 차근차근 하나씩 개선해나가다 보면 공공언어가 제 역할을 하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지금 이 기사를 읽었다면, 앞서 소개한 ‘쉬운 우리말을 쓰자’ 누리집에서 진행하는 어려운 공공언어를 다듬는 ‘바꿔주세요’등을 통해 공공언어 순화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 어떨까.
대학생 기자단 10기 윤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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