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이 열렸다. 비록 대한민국은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모든 사람이 한 마음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했다. 축구를 잘 알고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함께 경기를 지켜봤을 것이다. 축구를 잘 모르는 필자도 그 새벽에 치킨집에서 많은 사람들과 경기를 함께 보며 응원했다. 경기를 보는 동안 중계 방송과 주변 사람들에게서 어려운 단어들이 쏟아져 나와 같이 간 친구에게 ‘오프사이드는 뭐야?, 센터링은 뭐야?’라고 물어보기 바빴다. 축구를 비롯한 여러 운동 종목을 관람하기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는 이런 어려운 용어들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운동 용어는 그 운동이 유래된 국가의 언어, 국제 규약의 영향을 받아 사용되며 주로 영어 단어가 많다. 그런데 용어가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올바르지 않은 표현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운동 용어는 전문용어이기 때문에 외국어로만 써야 한다는 생각도 만연하다. 그래서 그 종목에 관심이 많거나 직접 경험해본 경우가 아니면 보통 운동 용어를 어렵게 느낀다. 영어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인지 유추하기도 어렵다. 우리말 운동 용어로 바꾸어 사용할 수는 없을까?
북한을 보면 운동 용어를 꼭 외국어로 써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의 운동 용어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말로 이루어졌다. 외국어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우리말로 바꿔 부른다. 북한은 조선말이라고 해서 한자를 비롯한 외국어를 사용하지 않고 현대의 평양말을 문화어(표준어)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어를 들었을 때 해당 종목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조금만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위의 표가 남한과 북한의 축구 용어 차이이다. 남한은 대부분 영어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북한은 골 문을 지키는 ‘골키퍼’는 문지기로, 공을 다른 선수에게 넘겨주는 ‘패스’는 공을 선수에게 연결해준다는 의미의 연결로, 선수에게 경고를 주는 ‘옐로카드’는 경고 표 등으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 순 우리말을 활용하여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도 있다. 하지만, ‘오프사이드, 센터링, 프리킥’처럼 외래어로 되어 그 뜻을 한번에 알기 어려운 경우 우리말로 바꾸어 사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남한도 운동 용어의 어려움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바로 프로당구협회(PBA)이다. 프로당구협회는 2019년부터 올바른 당구용어 사용을 위해 표준화 작업을 거쳤고 우리말이 적극 반영된 당구용어 확립, 전파에 힘 써왔다. 이어 2023년에는 프로당구협회는 국어문화원연합회의 ‘일상 속 어려운 우리말 개선 운동’ 사업에 참여해 ‘우리말 당구용어 공모전’을 진행했다. 공모전에는 736건이 접수되었고 용어 수, 범용성, 국어적 어법 등을 고려해 심사해 끝오름, 충돌, 초구 가리기 등이 뽑혔다.
으뜸상의 끝오름은 내 공이 당구대를 돌아 역회전으로 올라오는 용어인 ‘리버스 엔드’를 우리말로 순화해 제안한 용어이다. 이외에 공모전에서 당선된 단어를 ‘PBA 경기운영위원회’와 방송, 기자단과 협의를 거쳐 PBA 공식 당구용어로 채택해 경기에 도입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프로당구협회는 우리말 당구용어 포스터 배포, 우리말 응원문화 주간 진행, 우리말 당구용어 공모전을 진행한다.
공모전 개최나 응원문화 형성 등 대중과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프로당구협회처럼 다른 종목도 협회에서 직접 앞장서서 운동 용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대중과 함께 용어를 바꾸어 가고, 여러 사업으로 서서히 적응한다면 큰 이질감이나 괴리감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글문화연대 기자단 10기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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