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글에 관한 관심은 한글날이나 특별한 행사의 경우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크지만, 평소에는 잊고 살아가는 듯하다. 당장 누리소통망(SNS)만 봐도 외국어가 즐비하고, 멋지게 꾸민다는 핑계로 한글을 찾기 어려운 가게도 있다. 우리말글을 지키기 위해 한글문화연대를 포함해 많은 국어 단체가 노력하고 있지만,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져 영향력이 큰 방송계에는 우리말글 지키기에 적신호가 떴다.
각 방송에서 ‘우리말 겨루기’, ‘안녕 우리말’, ‘우리말 나들이’, ‘세종학당’ 등 프로그램으로 우리말·우리글 사용을 권장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뉴스에서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다. 보도할 때 외국어가 아닌 우리말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의사소통의 문제에 그칠 뿐만 아니라 국민이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정부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은 공문서에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도록 국어기본법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언론은 따로 규제하고 있지 않다. 이에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는 “대중 언어문화의 주역인 기자들도 ‘쉬운 우리말 쓰기’의 주체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한글문화연대는 언론이 알기 쉬운 우리말로 기사를 쓰도록 장려하는 활동 <쉬운 우리말 쓰기>를 시작했다. 기자들과 함께 언론의 쉬운 우리말 사용을 장려하는 활동이 어려운 외국어 사용을 줄이고, 일상생활에서 쉬운 우리말이 널리 쓰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글문화연대는 두루소통연구소와 손을 잡았다. 먼저, 기자들을 대상으로 용어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여 507명의 의견을 받 고, 국어전문가와 언론단체, 현장 기자들의 자문을 거쳐 기자들이 개선해야 할 그리고 개선 가능성이 큰 ‘집중 개선 용어’ 60개를 선정했다.
선정된 60개의 단어를 기준으로 엠비시, 에스비에스, 케이비에스, 제이티비시 네 개의 방송사를 조사한 결과 모든 방송사가 여전히 외국어를 쓰고 있었다.
사진 2, 3은 엠비시 뉴스에서 외국어가 쓰인 예시이다. 엠비시 뉴스는 최근 몇 개월간 키오스크, 테이저건, 어닝쇼크(실적 충격), 로드킬(동물찻길사고) 등의 외국어를 사용하였다.
‘키오스크’는 무인단말기를 뜻하는 단어이다. 엠비시 뉴스는 키오스크와 무인단말기 두 단어를 혼용해서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떤 날에는 키오스크라고 부르고, 어떤 날에는 무인단말기라고 부르는 것은 오히려 시청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보다 많은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무인단말기라는 쉬운 우리말을 사용해야 한다.
위의 오른쪽 사진은 낫을 들고 위협하는 시민을 경찰이 테이저건으로 진압한 사건을 보여 준다. ‘테이저건’은 전기충격총이라는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다.
사진 4, 5는 각각 에스비에스 뉴스 보도에서 외국어가 사용된 예시이다. 에스비에스 뉴스는 지난 1년간 어닝쇼크, 허브, 스크린도어(안전문), 가이드라인(기준) 등의 외국어를 사용하였다
‘어닝쇼크’는 소득, 수입을 뜻하는 어닝(earning)과 충격을 뜻하는 쇼크(shock)의 합성어이다. 기업의 실적이 예상보다 매우 저조한 상황을 나타내는 말로, 우리말로는 ‘실적 충격’이라 바꿔쓸 수 있다.
‘허브’는 우리말로 거점, 중심, 중심지 등으로 바꾸어 쓸 수 있는 단어이다. 위의 오른쪽 사진에서 ‘아시아 허브’는 아시아 최대의 미술 장터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이 경우 ‘아시아 허브’ 대신 ‘아시아 중심지’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사진 6, 7은 케이비에스 뉴스 보도에서 외국어가 사용된 예시이다. 사진 6에 나타난 ‘스쿨존’은 교통사고로부터 어린이를 지키기 위해 설치된 구역을 뜻하는 말로,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다.
또, 사진 7에 나타난 ‘보이스피싱’은 음성(voice)과 개인 정보(private data), 낚시(fishing)의 합성어로, 전화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빼내는 범법행위를 말한다. 보이스피싱의 대체어로는 전화금융사기, 전화사기가 있다.
조사 결과 케이비에스 뉴스는 살얼음(블랙아이스)나 전기충격총(테이저건) 같은 어휘는 쉬운 우리말로 잘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숏폼(단편) 등은 여전히 외국어를 사용했으며 무인단말기나 어린이보호구역은 오히려 이전에는 다듬은 말을 사용했다가 시간이 지나자 다시 키오스크, 스쿨존과 같은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을 확인했다.
사진 8, 9는 제이티비시(JTBC) 뉴스에서 외국어가 사용된 사례이다. 사진 8 자막의 ‘피싱’은 전자우편이나 메신저 등을 활용해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빼내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전자금융사기’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다. ‘큐싱’은 큐알코드를 이용한 전자금융사기를 뜻하는 말이다. 이는 ‘큐알금융사기’, ‘큐알사기’ 등의 단어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9의 ‘스크린도어’는 지하철 승강장에 설치된 안전장치를 뜻하는 말이다. 스크린도어는 안전문 또는 승강장 안전문이라는 말로 바꿔 말할 수 있다.
조사 결과 제이티비시(JTBC) 뉴스에서는 무인단말기(키오스크)와 같은 단어는 우리말 대체어로 잘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피싱(전자금융사기), 스크린도어(안전문) 등은 여전히 외국어의 형태로 뉴스에 보도되었다.
조사 대상으로 삼았던 4개의 방송사 모두 외국어를 많이 사용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살얼음, 무인단말기와 같이 외국어를 순화해 우리말로 보도한 뉴스 역시 찾아볼 수 있었다. 또, 순화 우리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례도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케이비에스 뉴스는 '싱크홀'을 '땅꺼짐'으로 순화하여 보도했다. 에스비에스 뉴스에서 '디폴트'는 '채무불이행'으로 보도되었고, 엠비씨 뉴스에서 '에이이디(AED)'는 '자동심장충격기'로 순화되었다.
예를 들어, 케이비에스 뉴스는 싱크홀을 '땅꺼짐'으로 순화하여 보도했다. 에스비에스 뉴스에서 '디폴트'는 채무불이행으로 보도되었고, 엠비시 뉴스에서 '에이이디(AED)'는 '자동심장충격기'로 순화되었다.
이처럼 각 방송국에서 뉴스를 보도할 때 외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순화해 사용하는 것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부 기사를 제외하고는 4개의 방송국 뉴스 보도에서 여전히 외국어가 빈번하게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은 오히려 시청자의 이해를 방해할 수 있고, 나아가 잘못된 의미를 수용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어려운 말보다는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글을 활용하여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뉴스 내용을 이해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
작은 변화가 모여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듯이, 사람들이 가장 자주 접하는 뉴스 보도에서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고, 무분별하게 외국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우리말글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글고운 모둠기사, 김가현, 김현선, 이명은, 정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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